"강남 아파트가 싸 보여요"…다시 서울로 눈 돌리는 매수자들

입력 2021-08-24 07:32   수정 2021-08-24 10:33

“집을 팔려는 사람은 없는데 매수 문의는 많아요. 하반기 들어 수요가 다시 살아난 느낌입니다.”(서울 서초동 T중개업소 대표)

서울 외곽과 인천, 경기도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서울 중심부로 다시 그 수요가 몰리고 있다. 서울 강남 고가 아파트 거래를 틀어막자 과천과 판교에서 전용 84㎡ 아파트가 각각 20억원을 넘어서는 등 수도권 전역의 집값이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오히려 서울 아파트가 싸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역(逆)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각종 부동산 대책의 타깃이 됐던 강남의 아파트 매매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강남 곳곳 3.3㎡당 1억 거래 속출
2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집값 흐름의 풍향계로 불리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지난주(0.22%)보다 오른 0.23%를 기록했다. 지난주 1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후 또다시 오른 것이다. 세 부담 증가와 대출 규제도 강화되며 관망세로 돌아섰던 강남 집값이 다시 급격한 오름폭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는 지난주 0.23%에서 이번 주 0.25%로, 서초구는 0.22%에서 0.24%로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송파구와 강동구는 각각 지난주와 동일한 0.24%, 0.16%를 기록했다.

신고가 거래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강남 곳곳에서 전용면적 3.3㎡당 1억원이 넘는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39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3.3㎡당 환산 가격은 1억5488만원에 달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9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반년 새 10억원이 넘게 올랐다.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 역시 올해 전용 3.3㎡당 1억원 이상 거래 단지에 포함됐다.


강남 삼성동의 G공인 관계자는 “최근에 다시 매수세가 붙으면서 밤늦게까지 거래 문의를 받고 있는 중개업소가 많다"고 전했다. 서초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강남과 타지역 아파트값 격차가 줄어들면서 수요자들이 강남 아파트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들 이야기 한다“며 ”강남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방 노년층 자산가들이 노후를 서울에서 보내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난 점도 최근 특징“이라고 말했다.
경기 신축 단지, 강남 구축만큼 올라
정체된 듯했던 강남 집값이 다시 오르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과열로 경기지역 전용 84㎡ 아파트까지 20억원을 넘어서면서 강남과 가격 차이가 많이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했다. ‘값이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 강남의 구축을 매수하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백현마을2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0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직전 거래인 지난 2월(19억3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오른 신고가다. 경기권에서 전용 84㎡ 20억원 아파트가 나온 건 지난 4월 과천에 이어 판교, 행정구역상으로는 성남 분당구가 두 번째다. 대형 면적에선 판교나 분당, 과천 등 상급지 외에도 일산·광교 등 경기도 여러 지역에서 20억원선을 돌파하는 초고가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경기도 곳곳에서도 신축을 중심으로 가격대가 크게 오르면서 일부 단지의 경우 서울 강남 구축 아파트는 매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값이 뛰었다”며 “강남 아파트가 싸 보이는 효과가 나오다 보니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 강화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택 수요가 강남지역에 몰리는 부작용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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