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이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운용할 대형 메탄올 추진선(사진)을 건조한다.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대형 메탄올 추진선 건조는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메탄올 추진선은 암모니아·수소선과 함께 ‘포스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LNG선만으로는 해운사들이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 규제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메탄올을 엔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앞세워 친환경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은 2016년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선 2척을 인도하며 친환경 선박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20여 척의 메탄올 추진선 중 약 3분의 1이 현대조선해양이 건조한 선박이다. 머스크가 한국조선해양을 파트너로 택한 이유다. 머스크는 지난 6월 2100TEU급 선박을 한국조선해양에 시범 발주한 이후 본격적으로 메탄올 추진 선대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대형 컨테이너선에 메탄올 추진 엔진을 탑재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머스크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 대체연료 분야 협력을 강화해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탄올이 친환경 선박연료로 최근 급부상한 것도 규제 강화 때문이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에 비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을 80~90%가량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에 적합한 연료로 꼽혀왔다. 그동안 생산 단가가 높아 선박 연료로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원료인 천연가스 생산량이 늘면서 생산 단가가 낮아져 차세대 선박용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또 높은 압력과 극저온이 요구되는 LNG와 달리 메탄올은 상온 및 일반 대기압에서도 저장과 이송이 가능해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해양에 배출되더라도 물에 빠르게 녹고 생분해돼 해양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IMO 규제에 맞추려면 LNG선만으로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라며 “탄소 배출이 없는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연료 등 ‘무(無)탄소 선박’ 도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정민/황정환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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