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현대제철 당진공장 무단 점거

입력 2021-08-24 17:39   수정 2021-09-01 15:5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지난 23일 기습 점거하고 이틀째 불법농성을 이어갔다. “현대제철 협력사 직원들을 자회사 정규직이 아니라 본사 직고용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25일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무시한 채 수백 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까지 강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본사 직원과 똑같이 대우해 달라”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00여 명은 지난 23일 오후 5시30분부터 당진공장 사무동을 기습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5층 사무동 중 4층의 생산통제센터를 제외한 모든 사무실을 점거하고, 근무 중인 직원들도 쫓아냈다.

재무·물류·안전 분야에 종사하는 사무직 근로자는 이틀째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했다. 노조의 점거 과정에서 당진공장 보안업체 직원 9명과 제철소 직원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강 생산에는 차질이 없지만 사무동 점거로 물류, 안전 등의 업무가 마비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현대제철이 협력업체 근로자를 직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협력업체 직원의 정규직화를 위해 현대아이티씨 등 자회사 세 곳을 다음달 1일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당진공장 협력사 직원 5300여 명 중 2800명은 다음달부터 자회사 직원에 편입된다.

하지만 나머지 2300여 명은 사측 방침에 응하지 않은 채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과 함께 “현대제철이 직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본사 직원과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현대제철은 이틀째 불법 점거가 이어지자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24일 오후 당진공장을 찾아 점거 농성 해제를 요청했지만 노조 측은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잇달아 방역지침 어기는 민주노총
현대제철은 노조의 점거농성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초 자회사인 현대아이티씨를 설립해 당진·인천·포항공장 등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7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협력업체 직원 직고용은 민간업계에선 금융권을 제외하고 사실상 처음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회사가 설립되면 협력업체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현대제철 정규직의 60%에서 80%까지 오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2030세대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 직원은 “본사 직원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했다”며 “직고용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계에서는 민주노총의 이번 점거농성이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다른 민간기업에서도 노조의 불법 점거농성이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25일 400여 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 중인 충남 당진은 집회 참여인원이 50명 미만으로 제한된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지난 23일 “집회를 취소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일 서울 도심에서 8000여 명이 모인 집회를 여는 등 정부의 방역지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오는 10월 20일 총파업도 강행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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