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이용자라면 한번쯤 해봤을 만한 생각이다. 카드업계는 소비자들의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특정 기업의 브랜드를 카드 전면에 내세우고 해당 기업에 특화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PLCC의 콘셉트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PLCC를 통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제휴사와 공동 마케팅을 펼쳐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파트너 기업의 충성 고객을 자사의 카드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LX하우시스(인테리어), SK렌터카(렌터카), 아모레퍼시픽(화장품), GS리테일(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도 손잡으며 PLCC 라인업을 확대했다. ‘방탄소년단(BTS) 카드’ 출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BTS 소속사 하이브의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와 PLCC 제휴를 맺은 신한카드는 조만간 BTS카드를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업계 최초 PLCC(이마트 e카드)를 출시한 ‘PLCC의 원조’ 현대카드는 올 들어 3종의 PLCC를 출시했다. 쏘카 무신사와 손잡은 데 이어 지난달엔 제네시스 차주를 위해 차량 정비·주유 등 관련 프리미엄 혜택을 담은 ‘제네시스 카드’를 내놨다. 기존 PLCC 상품인 현대 모빌리티카드(현대자동차)와 스마일카드(이베이)의 ‘리뉴얼 버전’도 올해 내놨다.
카드사들 사이 PLCC 경쟁 구도도 펼쳐지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스타벅스 현대카드’를 공개해 커피 마니아들을 사로잡은 상황 속에서 KB국민카드가 지난 4월 커피빈과 손잡고 PLCC(커피빈 신용카드)를 선보였다. 삼성카드는 지난 5월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자사의 첫 PLCC(카카오페이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카카오 주요 가맹점에서 결제금액의 2.5%를 카카오페이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현대카드는 카카오 경쟁사인 네이버와 연내 PLCC를 만들 계획이다.
커피빈 카드와 카카오페이 카드는 각각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가 자사 최초로 선보인 PLCC다. KB국민카드는 커피빈 카드에 이어 올해 두번째 PLCC인 ‘위메프페이 신용카드’도 잇달아 내놨다. 삼성카드도 롯데월드·아쿠아리움·서울스카이 등 놀이시설 할인 혜택을 주는 ‘롯데월드 카드’라는 ‘PLCC 2탄’을 곧바로 선보였다.
비씨카드의 참전도 눈에 띈다. 카드 결제망 제공 관련 사업을 주로 영위하던 비씨카드는 올해부터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자체 카드 상품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먼저 YG엔터테인먼트와 제휴해 인기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카드 디자인에 직접 참여한 ‘블랙핑크 카드’를 내놨다. 인터넷뱅크인 케이뱅크와 협업해 전월 실적 조건이나 한도 제한 없이 온라인 간편결제·편의점·커피전문점 등 6대 생활밀착 영역에서 1.5% 할인 혜택을 주는 ‘케이뱅크 심플카드’도 선보였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PLCC 제휴처가 다양해질수록 소비자들이 ‘맞춤형 혜택’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도 많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PLCC가 오히려 소비자의 편익을 감소시킨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PLCC 열풍 속에 여러 분야에서 많은 혜택을 주는 이른바 ‘혜자카드’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2018년 100개 안팎이던 신용·체크카드 단종 건수는 2019~2020년 200여 개로 늘어났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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