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8주년을 맞은 한국가스공사가 수소 중심 기업으로의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1970년대 발생한 두 차례의 오일쇼크가 1983년 가스공사 설립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과 1979년 이란혁명을 거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았다. 산유국이 석유를 대폭 감산하며 자원무기화 정책을 펴면서 중화학공업 중심의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정부는 1980년대 들어 석유를 대체할 1차 에너지원 확보에 나섰고, 그 역할을 가스공사가 맡았다. 40년 가까이 가스공사가 천연가스 산파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대전환이 일어나면서 가스공사도 큰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다. 2년 전 가스공사 수장이 된 채희봉 사장은 “가스공사를 글로벌 수소경제 선두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 가스공사는 세계가스총회(WGC)를 유치했다. 가스공사 본사가 있는 대구에서 내년 WGC를 열기로 한 것이다. 이 행사는 세계 90개국, 2만 명이 참여하는 국제 가스업계 최대 행사다. WGC 개최로 예상되는 생산 유발효과는 631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324억원, 취업 유발효과는 1179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2022년 WGC 개최는 국내 가스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지자체·가스업계와 협력해 성공적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이 같은 노력은 지난해 7월 ‘수소 유통 전담기관’으로 선정되면서 빛을 발했다. 수소 유통 전반에 중추적인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수소거래 플랫폼을 구축해 수소 가격을 안정화하고, 장기적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가스공사는 수소 수요 증가에 대비해 수소 생산기지 구축, 충전소 보급, 그린수소 기술력 확보 등 수소경제 전 분야 밸류체인 확보에 나서고 있다. 수소 생산기지 구축은 지자체 등과 연계해 속도를 내고 있는 분야다. 가스공사는 2023년 수소 생산을 목표로 경남 창원과 광주에 거점형 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2030년까지 대도시 공급을 위한 거점형 수소 생산기지와 융복합 충전소를 추가로 구축할 방침이다. 가스공사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생산기지 대형화와 효율화를 이루고 수소 제조원가를 경유 수준으로 절감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소경제 확산을 위해선 수소 가격 경쟁력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수소경제를 앞당길 핵심 인프라인 수소충전소 확대도 가스공사가 주도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한국도로공사와 협업해 수소와 LNG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세계 최초 복합 충전소를 전국 고속도로 화물차 거점 휴게소 세 곳에 설치하고 있다. 창원과 통영에서는 2023년까지 LNG 기반 융복합 충전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 6월엔 가스공사 자체 충전소인 김해 수소충전소의 운영을 개시했다.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친환경 수소 확보도 가스공사의 주요 과제다. 2030년까지 대규모 수전해 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데 투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해외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과제도 추진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이 사업 확장을 위해 한국LNG벙커링을 설립해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서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LNG 벙커링 겸용 선박인 ‘에스엠 제주 LNG 2호’를 확보했고, 2023년까지 벙커링 전용선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LNG 벙커링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선박용 LNG 136만t을 판매하고, 매출 약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LNG 냉열을 활용한 중소기업 공동물류 콜드체인 구축, LNG터미널 부지를 이용한 데이터센터 유치 등 다양한 신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근본적 체질 개선에 나선 가스공사의 변신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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