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후보자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가상자산의 성격, 화폐로서의 가능성 등에 대해 국제사회도 아직까지 명확한 개념 정립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요 20개국(G20)·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상당수 전문가는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으로 보기 어렵고, 화폐로서도 기능하기 곤란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암호화폐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9월 24일까지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해야 한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고,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해줄 은행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요건이다.
후발주자들은 실명계좌를 확보한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만 신고서를 제출해 사실상의 독과점 체제가 조성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 거래소들은 “유예기간 연장, 조건부 신고 수리 등을 통해 암호화폐거래소의 줄폐업 사태를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서울 대치동 프로비트 본사에서 연 간담회에서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 죽이기’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써가며 특금법 체제를 비판했다. 빗썸·지닥·프로비트 등 11개 거래소 대표는 “실명계좌 발급 지연은 금융당국의 보수적 태도에서 야기된 것”이라며 “업계를 블록체인 산업 발전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기한을 6개월 늦추는 내용의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고 후보자는 이날 서면 답변에서 “법률에 따라 충분한 신고 기간이 주어졌던 만큼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추가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당초 일정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해서도 “은행과 가상자산사업자 간 사적 계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고 후보자는 암호화폐 정책과 관련,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국제적 정합성과 국민 재산권 보호에 중점을 두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는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투기성이 있어 거래 행위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정부도 가상자산은 어느 누구도 그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책임 아래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여러 차례 당부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또 다른 화두인 ‘빅테크(대형 인터넷 기업) 역차별’과 관련해 고 후보자는 “최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확대는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이 있지만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규제와의 규제 상충·공백,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빅테크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 확대 등의 이슈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의 갈등으로 처리가 지연돼온 전자금융법에 대해서는 “한은 등과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그는 전금법 개정안을 자본시장법 개정안, 대부업법 개정안 등과 함께 ‘우선 통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 법안’으로 꼽았다. 최근 환불 대란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건’과 관련해 고 후보자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디지털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머지포인트는 전금업 등록을 하지 않아 금감원이 해당 업체를 사전에 인지하기 곤란했다”며 “비금융 분야에서 금융업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감독권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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