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소는 태양과 가까운 곳에서 가장 효율적이지 않을까?'
스위스 에너지 기업 로망에너지가 운영 중인 세계 최고 높이의 태양광발전소는 이런 물음에서 출발했다. 더욱 특이한 점은 태양광 패널이 산으로 둘러싸인 수력발전용 저수지에 떠 있다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스위스 남부 발레 알프스산 저수지 위에서 가동 중인 태양광발전소를 소개했다. 2019년 12월 완공된 이 발전소는 해발 1800m에 자리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태양광발전소다. 세계 최초로 산악지대에 위치한 태양광발전소이기도 하다.
태양광 패널을 띄우고 있는 것은 36척의 바지선이다. 이곳의 전력 생산량은 연간 80만kWH(킬로와트시)에 달한다. 220가구 이상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는 설명이다.
최고도 태양광발전소의 장점은 다양하다. 우선 높은 고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보다 강한 자외선을 흡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수지 부근을 둘러싸는 겨울철 눈이 햇빛을 패널 쪽으로 반사해 에너지 발전의 효율을 높인다는 점도 꼽힌다.
로망에너지 측은 이 태양광발전소가 낮은 고도에 위치한 다른 수상 태양광발전소보다 최대 50% 많은 전력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로망에너지의 이색 프로젝트는 혁신성을 인정 받았다. 스위스 와드 도르(Watt d'Or) 2020 재생에너지 혁신 부문에서 1위를 수상했다.
로망에너지는 태양광발전소 규모를 25배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높은 고도의 다른 저수지를 찾아 나섰다. 로망에너지 관계자는 "스위스에는 물, 태양, 바람이 풍부하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완벽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저수지 태양광발전의 또 다른 발전은 산림 훼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태양광발전소는 부지 마련을 위해 대규모 벌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환경에 피해를 입힌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로망에너지 관계자는 "저수지에 떠 있는 태양광발전소는 환경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지만 저수지 태양광발전소는 우리의 미래"라며 "이는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고 했다.
저수지 태양광발전소가 위치한 스위스도 올해 지구온난화의 역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7월 스위스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서유럽을 강타한 기록적인 대홍수로 피해를 입었다. BBC는 "유엔 전문가들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끝내기 위해서는 혁신적 해결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