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사진)이 이런 한의학 논문의 약점을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먹은 건 4년여 전이다. 자생한방병원의 ‘간판’ 치료법인 추나요법(손이나 보조기구로 밀고 당겨 어긋난 척추·관절·근육 등이 제자리를 찾도록 해주는 치료법)이 물리치료나 진통제보다 낫다는 걸 비교분석하는 연구에 나선 것이다.
이 병원장은 강동경희대 한방병원과 함께 2017년 10월부터 2019년 6월까지 3개월 이상 만성 목 통증을 겪고 있는 만 19~60세 환자를 대상으로 추나요법의 임상적 효과를 평가했고, 최근 그 내용이 ‘세계 3대 의학 국제학술지’로 꼽히는 ‘미국의사협회 네트워크 오픈 저널(JAMA Network Open)’에 실렸다. 결과는 ‘추나요법의 승리’였다.
이 병원장은 25일 기자와 만나 “추나요법의 효능을 밝힌 논문이 JAMA와 같은 국제 학술지에 실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조군과 비교 임상을 한 데다 JAMA에 실린 만큼 국내 주류 의학계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은 환자 108명을 △추나요법을 받은 환자(54명)와 △진통제 처방 및 물리치료를 받은 환자(54명) 등 둘로 나눠 5주간 총 10회 치료한 뒤 비교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주관적인 통증 강도를 평가하는 ‘VAS 통증평가척도’에서 추나요법군은 치료 전 59.5에서 치료 후 26.1로 감소한 반면 일반치료군은 60.6에서 43.3으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통증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린 기간도 추나요법군(5주)이 일반치료군(26주)보다 훨씬 짧았다.
이 병원장은 “추나요법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앞으로 건강보험 보장범위 등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나요법은 2019년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본인부담금(전체 치료비의 50~80%)이 일반 치료(30% 안팎)에 비해 많은 데다 1인당 연간 최대 20회까지만 받을 수 있는 탓에 예상보다 수요가 급증하지 않았다고 이 병원장은 설명했다. 그만큼 건보재정에 주는 부담도 크지 않았다.
그는 “추나요법은 목 허리 무릎 등 근골격계 질환뿐 아니라 만성소화불량 등 장기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며 “한의학의 다양한 효능을 보여줄 수 있는 논문을 계속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생한방병원은 설립자인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 주도로 한때 명맥이 끊겼던 추나요법을 표준화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병원장은 자생한방병원의 경영 전략에 대해 “당분간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최대 한방병원으로 성장한 만큼 병원 수(21개)를 늘리기보다 서비스 질을 끌어올리고 치료 매뉴얼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 병원장은 “환자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문턱이 낮은 병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대형 양방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자생병원을 찾은 환자가 필요하면 외과 수술까지 받을 수 있도록 ‘원스톱 의료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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