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수소 생산기술…비용 절반으로 '뚝'

입력 2021-08-25 17:45   수정 2021-08-26 01:43


국내 중소기업이 수소 제조 비용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신기술을 개발해 본격적인 상용화 작업에 착수했다. 폐유 폐플라스틱 등을 사용해 친환경적인 데다 경제적이고 수송의 어려움도 해결한 기술이어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수소제조 전문기업 윈테크에너지는 독자 개발한 ‘스팀 플라즈마 공법’의 수소 생산 기술을 활용해 이르면 2023년부터 GS칼텍스에 15년간 수소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회사는 내년 초 GS칼텍스 여수공장 인근에서 수소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GS칼텍스는 공급받은 수소로 중질유를 분해해 휘발유를 만들게 된다. 윈테크에너지가 15년간 공급할 수소 등 예상 매출은 연간 1000억~1500억원, 총 1조5000억~2조2500억원에 이른다.

보수적인 국내 정유 대기업이 새로운 수소 생산방식에 과감하게 도전한 것은 이 기술의 안전성과 뛰어난 원가 절감 효과 때문이다.

현재 수소를 생산하는 가장 보편화된 기술은 액화천연가스(LNG)를 고온·고압 상태로 만들어 주성분인 메탄(CH4)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LNG가 점차 비싸지고 있는 데다 고압 상태에서 수소를 수송하는 어려움 때문에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윈테크에너지에 따르면 스팀 플라즈마 방식을 활용하면 현재 ㎏당 8000원인 수소 판매 비용을 4500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 이 방식에선 물이 주원료다. 물을 끓여 나온 수증기에 마이크로웨이브(전자파)를 쏘면 짧은 순간 수증기가 플라즈마 상태가 되면서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다. 이때 재빨리 탄소(C) 성분이 들어간 폐유 폐플라스틱가루 등을 주입해 산소와 결합시키면, 수소만 남게 되는 원리다.

박정철 윈테크에너지 대표(사진)는 “폐기물 처리나 매립지 부족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대란’ 등 환경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데다 플라즈마가 되면서 발생한 열을 수증기를 만드는 데 재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5년 설립된 윈테크에너지는 2018년 이 기술을 개발한 뒤 국내외 특허를 취득했고, 현재 캐나다 등에 로열티를 받고 기술수출을 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특허청이 주최한 수소기술 경진대회에서 최근 우승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GS칼텍스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관련 기업도 인정한 기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2040년까지 목표로 내세운 수소 가격(㎏당 3000원)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아직 수소가 비싼 이유는 운송의 어려움 때문이다. 보통 수소를 압축한 뒤 생산기지에서 소비지역으로 운송하는데, 그 비용이 수소 제조비용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 회사는 수소 생산시설을 소규모로 곳곳에 설치하는 ‘분산형’ 방식을 도입해 이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150㎡ 규모의 부지에서 하루 283대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재 산업부와 시범사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와 캐나다, 미국 등에 수소 설비 수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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