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랑하는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 MZ세대의 일상이 된 SNS 플랫폼 '틱톡', 메타버스 대표주자 '로블록스'….
가장 젊고 뜨거운 혁신기업들을 말할 때 빠짐 없이 언급되는 기업이 있다. 벤처캐피털(VC)나 정보기술(IT) 회사가 아니다. 1957년 설립된 '세계 음반사의 산증인' 워너 뮤직 그룹이다.
예순살 넘은 이 기업은 최근 디지털 전환을 무기로 음악 콘텐츠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최근 내년까지 가져갈 만한 '2022년을 위한 오래되고 가치 있는 주식(vintgae values) 목록'에 워너 뮤직 그룹을 올린 배경이다.
오랜 역사에 비해 주식시장에서는 새내기 종목이다. 작년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상장 첫날 종가는 30달러 수준이었다. 지난 25일 주당 37.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워너 뮤직 그룹이 호실적을 낸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공연장 무대에 조명이 켜지지 않은 지 오래다. 더구나 MP3 시대가 열리면서 불법 다운로드로 음반시장은 몸살을 앓았다. 카세트테이프, 바이닐(LP)이나 CD로 좋아하는 음악을 사서 소장하는 사람은 유난스러운 음악 애호가 취급을 받는 시대다. 때문에 워너 뮤직 그룹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냈고 '기업공개(IPO) 대어'로 기대를 모은 것과 대조적으로 주당 40달러선을 뚫지 못하고 횡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디지털 음원 시장 대응 전략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워너 뮤직 그룹이 은 미국 컨설팅사 액센츄어 등에서 기술 책임자를 맡았던 랠프 먼슨을 최고정보책임자(CIO)을 영입하고 디지털 전환을 서둘렀다.
음반 생산 방식도 바꿨다. 기존에는 무조건 가수가 스튜디오에 와서 곡을 녹음하고 다듬어야 했다. LP나 CD 제작 공정에 맞춰진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워너 뮤직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굳이 스튜디오가 아니라 집에서도 음원을 가공할 수 있다.
혁신기업에 투자하거나 이들과 협업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올 초 워너 뮤직 그룹은 메타버스 대표기업 로블록스에 5억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메타버스는 음악 콘텐츠를 유통시킬 새로운 공간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혁신기업은 스트리밍 시장을 키우는 효자 노릇도 하고 있다.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음반 시장은 최근 5년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전반적으로 상승세다.
바이든 대통령이 애용한다고 해 유명세를 탄 차세대 운동기구 펠로톤은 실내 자전거에 모니터가 달려 있다. 펠로톤이 여기에 운동 프로그램 등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홈트레이닝계 넷플릭스'로도 불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펠로톤의 9개월간의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음악 사용료다.
모건스탠리는 "사용자들이 음악 배경이 중요한 틱톡과 펠로톤 등을 이용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워너뮤직이 수혜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카디비, 리조, 에드 시런, 콜드플레이 등 슈퍼스타들의 올 하반기 음반 발매도 예정돼있다. 올 들어 주춤하던 주식은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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