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정부가 주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개발) 참여를 추진한다. 낮은 리스크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각종 규제로 서울 내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감안됐다. 대형 건설사들의 설계 방식이 반영되면 공공 주도 주택의 시장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준공 이후 총 4139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증산4구역의 경우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등이 최근 조합을 방문했다. 신길2구역(1366가구) 역시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다수의 건설사가 시공권을 얻기 위한 물밑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에서는 특히 ‘재개발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고수해온 삼성물산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 주목한다. 삼성물산은 2015년 서울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 재건축 수주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서초구 반포1단지 3주구 등을 따내며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했다. 하지만 재개발은 여전히 예외였다. 재개발은 재건축보다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갈등 요소가 많아서다.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메이저 건설사들이 도심복합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재개발에 비해 깨끗한 사업환경이 기대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도심복합개발은 소유권이 공공에 넘어가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적다”며 “공공재개발, 공공 주도 사업 등과 달리 시공사가 설계부터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설계부터 들어가면 단순 시공보다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도심복합개발은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지난 ‘2·4대책’에서 도입된 방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지는 않지만 개발 방식이 거의 비슷해 ‘재개발 패스트트랙’으로 불린다.
국토교통부는 총 여섯 차례에 걸쳐 56곳, 7만5700가구의 도심복합개발 후보지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수색14구역·녹번동 근린공원, 서대문구 고은산 서쪽, 영등포구 신길2구역 등 13곳이 본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 동의율 3분의 2를 넘겼다. 이들 구역에서 공급 가능한 주택은 1만9000가구에 달한다. 증산4구역 등 동의율 요건이 총족된 곳들은 이르면 연내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차질 없이 추진되면 내년 상반기에는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다. 정부는 또 이들 13개 지역에 대해 내년부터 사전청약을 받아 시장 수요를 미리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약수역 인근을 포함해 영등포역 인근, 미아사거리 동측, 신길15구역, 미아역 동측, 인천 굴포천 등 적지 않은 후보지에서 이탈 움직임도 나타난다. 사업 추진이 무산되는 곳이 나오면 공급 규모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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