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공개발에 래미안·자이 아파트 나온다

입력 2021-08-26 18:03   수정 2021-09-07 16:46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정부가 주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개발) 참여를 추진한다. 낮은 리스크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각종 규제로 서울 내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감안됐다. 대형 건설사들의 설계 방식이 반영되면 공공 주도 주택의 시장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현대·GS 참여 의사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도심복합개발 후보지인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 영등포구 신길2구역 등에 주요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준공 이후 총 4139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증산4구역의 경우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등이 최근 조합을 방문했다. 신길2구역(1366가구) 역시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다수의 건설사가 시공권을 얻기 위한 물밑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에서는 특히 ‘재개발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고수해온 삼성물산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 주목한다. 삼성물산은 2015년 서울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 재건축 수주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서초구 반포1단지 3주구 등을 따내며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했다. 하지만 재개발은 여전히 예외였다. 재개발은 재건축보다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갈등 요소가 많아서다.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메이저 건설사들이 도심복합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재개발에 비해 깨끗한 사업환경이 기대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도심복합개발은 소유권이 공공에 넘어가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적다”며 “공공재개발, 공공 주도 사업 등과 달리 시공사가 설계부터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설계부터 들어가면 단순 시공보다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도심복합개발은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지난 ‘2·4대책’에서 도입된 방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지는 않지만 개발 방식이 거의 비슷해 ‘재개발 패스트트랙’으로 불린다.
민간 설계 적용될 듯
메이저 건설사들의 참여는 시장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소유주는 물론 예비청약자들도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 등 민간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서다. 공공만 참여하면 주택형이 작아지고 설계도 진부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LH 관계자는 “시공사에 설계까지 일괄로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각 시공사 브랜드의 고유 설계 방식이 제한 없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총 여섯 차례에 걸쳐 56곳, 7만5700가구의 도심복합개발 후보지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수색14구역·녹번동 근린공원, 서대문구 고은산 서쪽, 영등포구 신길2구역 등 13곳이 본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 동의율 3분의 2를 넘겼다. 이들 구역에서 공급 가능한 주택은 1만9000가구에 달한다. 증산4구역 등 동의율 요건이 총족된 곳들은 이르면 연내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차질 없이 추진되면 내년 상반기에는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다. 정부는 또 이들 13개 지역에 대해 내년부터 사전청약을 받아 시장 수요를 미리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약수역 인근을 포함해 영등포역 인근, 미아사거리 동측, 신길15구역, 미아역 동측, 인천 굴포천 등 적지 않은 후보지에서 이탈 움직임도 나타난다. 사업 추진이 무산되는 곳이 나오면 공급 규모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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