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이 우상향"…美·中 펀드에 노후 베팅

입력 2021-08-26 17:28   수정 2021-08-27 00:40

직장인 김모씨(34)는 3년 전 이직하면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입금된 퇴직금의 절반을 KB통중국4차산업펀드에 넣었다. 퇴직하는 20년 후에는 중국이 더 성장해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 예상은 들어맞고 있다. 그가 투자한 중국펀드는 두 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원금보장형 상품에 넣은 나머지 퇴직금도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김씨처럼 퇴직연금을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해외주식 열풍을 계기로 노후자산도 국내에 한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6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펀드 392개 가운데 올해 투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펀드는 피델리티 글로벌 테크놀로지펀드다. 전 세계 기술주에 투자하는 이 펀드에 연초 이후 637억원이 순유입됐다. 순유입액 2위(407억원)인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교보악사파워인덱스와의 차이가 200억원이 넘는다. 피델리티 글로벌 테크놀로지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8.67%로, 국내 주식형 펀드(평균 7%)의 두 배가 넘는다.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순유입액 236억원)와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218억원)도 퇴직연금이 많이 들어온 해외주식형 펀드다. 두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16.16%, 17.40%로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 밖에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판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차이나과창판 펀드에 156억원이 들어왔다. 이 펀드는 최근 중국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도 23.51%의 수익률(연초 이후)을 기록했다.

퇴직연금의 해외주식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경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증시도 과거와 같은 상승세를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성장하는 기업이 많은 신흥국과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테크기업이 많은 미국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피델리티 글로벌 테크놀로지펀드는 글로벌 빅테크와 아시아 대표 기술주에 투자한다. 편입비중 1위(8.2%)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 2위는 애플(5.7%)이다. 삼성전자도 3.5% 편입하고 있다.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는 애플, 알파벳 등 미국 기술주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프라다, 리치몬드 등 유럽 명품 기업을 주로 담는다. 미래에셋차이나과창판은 SMIC와 같은 중국 성장주에 투자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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