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란 화학반응을 통해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다. 원자는 얼마나 작을까? 일반적으로 원자의 크기는 0.1㎚(나노미터)로 원자 1억 개를 한 줄로 세워야 겨우 1㎝가 된다. 흔히 알려져 있듯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변을 도는 전자로 구성되며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져 있다. 자연 상태에서 같은 양성자 수를 가지나 중성자 수가 다른 다양한 원소를 서로 동위원소라 부르는데, 양성자와 중성자 비율에 따라 안정한 동위원소가 되기도, 불안정한 방사성동위원소가 되기도 한다.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방사성동위원소는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과 같은 이온화 방사선을 방출한다. 종이 한 장도 투과하지 못하지만 에너지는 가장 큰 알파선과 역시 투과력은 강하지 않지만 빛보다 빠른 베타선은 주로 종양 치료에 사용한다. 엑스선과 같은 전자기파인데 물질을 투과하는 능력이 엑스선보다 훨씬 강한 감마선은 주로 영상 촬영(체내 진단 또는 핵의학 영상진단) 및 혈액검사 등을 통한 질병의 진단에 사용한다.
방사성동위원소 치료의 대표적 예가 방사성 아이오딘(Iodine-131)을 이용한 갑상샘암 또는 갑상샘기능항진증 치료다. 아이오딘은 흔히 요오드라고도 불리는데, 미역 등 해조류에 풍부하고 섭취 후에는 갑상샘에 축적돼 갑상샘 호르몬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방사성 아이오딘은 천연 아이오딘과 화학적 성질이 같지만 방사선을 방출한다. 이 때문에 방사성 아이오딘을 먹으면 똑같이 갑상샘에 축적되는데, 방출되는 방사선의 에너지에 의해 갑상샘의 종양을 파괴하는 치료 효과가 있다. 방사성 아이오딘을 이용한 갑상샘 질환의 치료는 세계적으로 오래전부터 사용돼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됐다.
이렇듯 방사성동위원소를 치료에 사용할 때는 종양의 특성, 크기, 미세 환경(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환경) 등 상황에 맞게 반감기, 물리적 성질, 방출하는 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해 선택한다.
특히 최근에는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바이오마커(Biomarker)에 대한 여러 정보가 공개됨에 따라 이를 활용한 방사성 표적 치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바이오마커는 몸속 정상 세포와 달리 종양 세포에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이나 저분자 물질을 일컫는데, 여기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 종양 세포를 스스로 찾아가게끔 만들 수 있다. 이런 형태의 방사성 약품은 정상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 등을 선택적으로 사멸한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치료는 외과적 수술 없이도 높은 효과를 보여, 치료적 활용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 중 방사면역측정법(Radioimmunoassay, RIA)은 측정 시료와 방사성동위원소의 항원항체 반응(병원균 등 항원과 이것에 대항하는 항체 사이 일어나는 반응과 현상)을 이용해 질병 유무를 진단한다. 다른 측정법에 비교해 나노그램(ng) 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어 훨씬 정확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 때문에 체외 진단 기술 시장을 선도하려면 방사면역측정법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 및 확보가 필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자력으로 설계하고 건설한 국내 유일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를 이용해 다양한 의료 및 산업용 방사성동위원소를 공급하고 있다. 연구원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치료용,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가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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