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캠핑인 '차박'이 인기를 끌면서 캠핑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캠핑카 시장에 뛰어든 완성차 업체는 1년 내내 라인을 완전가동(풀캐파) 상태를 유지할 정도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차박 열풍이 캠핑카까지 퍼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넉넉한 공간의 차량을 구매하는 걸 넘어 차량을 직접 개조하는가 하면 아예 전문업체를 통해 캠핑카로 개조된 차량을 사고 있다.
국내 캠핑카 등록 대수는 폭증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4000대 정도던 국내 캠핑카는 2019년 말 기준 2만5000여대로 약 6배나 늘었다. 연간 평균 4000여대씩 증가한 셈이다.
관련 규제가 완화된 작년부터는 한층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캠핑카 개조 승인 건수는 7709건에 달했다. 전년(2195건) 대비 251% 증가한 수치다.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한 사례가 3813건(49.5%), 화물차 개조도 3312건(43%)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자동차 관리법 시행 규칙과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통해 승용차·화물차 등 다양한 차종을 캠핑카로 '튜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같은해 5월에는 차종을 변경하지 않아도 화물차 적재함에 캠핑 장비 '캠퍼'를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넉넉한 공간을 가진 SUV를 구입한 뒤 직접 캠핑카로 개조하며 즐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랜드로버 개조 캠핑카를 공개한 배우 유연석이 대표적 사례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 소아외과 교수 안정원 역으로 출연 중인 그는 2013년형 랜드로버 디펜더 롱바디 모델을 캠핑카로 쓰고 있다.
유연석은 "짐과 서핑보드를 실으려 루프랙을 달았다. 영국에서 그대로 수입해 장착했다"며 차량용 어닝, 보조 발판 등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형하며 꾸미는 재미가 있는 차"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그가 차량에 추가한 루프랙, 어닝, 보조 발판(사이드스텝) 등은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개조 항목에 포함된다. 이 외에도 루프 캐리어, 루프박스, 루프탑 텐트, 스키 캐리어, 태양전지, 플라스틱 보조 범퍼 등도 별도 허가가 필요 없는 개조 항목이다.
다만 보조 발판의 경우 차량 제일 왼쪽으로부터 좌우 각각 50mm 이내여야 한다는 규정은 있다. 이처럼 개조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케이스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캠핑카 시장 성장세는 더욱 폭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이 급성장하자 완성차 업체도 뛰어들었다. 화물차나 승합차를 캠핑카 개조 업체에 판매하는 것을 넘어 아예 개조한 캠핑카를 판매하는 것.
현대차는 지난해 7월 '움직이는 집'을 콘셉트로 삼은 캠핑카 '포터 포레스트'를 선보였다. 소형 트럭 포터2를 캠핑카 전문 특장차 업체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개조한 것이다. 차량 뒷부분을 800mm 연장해 침실로 쓰는 스마트룸을 지원하며 샤워부스를 갖춘 화장실과 부엌도 있다.
현대차는 4899만~7706만원에 포레스트를 출시했는데, 주문이 밀려드는 탓에 1년이 지난 현재도 완전가동(풀캐파) 상태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개조가 수작업으로 이뤄져 월 최대 생산량이 20대 정도라 지난 1년 간의 누적 판매량은 240여대다.
포레스트를 출시할 당시 현대차의 목표 판매량은 연 200대 남짓이었다. 1년 내내 완전가동 상태를 유지하며 목표치를 20% 가량 초과한 것.
지금도 기약없는 기다림을 감수한 포터 포레스트 주문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대수 자체는 많지 않지만 소비자들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매월 가능한 최대치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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