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성경》에도 기록이 나와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술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만큼 와인에 얽힌 사연과 이야기도 다양하다. 유럽과 미국 여행을 하다 보면 수많은 와이너리를 마주하게 된다. 명문 와이너리에 숨겨진, 맛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한 장인들의 열정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고집불통 와인제조자의 집념
마틴레이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Martin Ray Napa Cabernet sauvignon·사진 ①)미국 캘리포니아 나파카운티에 있는 나파밸리는 미국을 대표하는 대규모 와인 생산지다. 이곳에 와인 양조에 관해서 만큼은 고집불통으로 유명한 장인이 있었다. 주변 사람은 물론 투자자들과도 불화를 겪었다. 모난 성격 탓에 자신이 세운 와이너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당시는 여러 품종의 포도로 만든 와인을 섞어서 제조하는 블렌딩이 유행했다. 하지만 최고급 부르고뉴 와인의 영향을 받은 그는 100% 단일 품종으로 빚은 와인만 고집했다. 그의 양조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와인이 미국의 대표적 와인 메이커인 코트니벤함에서 출시된다. ‘마틴레이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이 와인은 최근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발표한 ‘50달러 미만의 나파 밸리 와인 톱8’에 뽑히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마틴레이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카베르네 소비뇽 단일 품종만 쓰는 와인이다. 프렌치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했다. 향을 맡아보면 깊고, 신선한 블루베리 향이 느껴진다. 풍부한 보디감이 인상적이고 타닌이 적절한 수준으로 입맛을 잡아준다. 전형적인 나파 밸리산 와인의 힘 우아함을 함께 지니고 있다. 육류 요리와 그릴 요리에 잘 어울린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신념
에스쿠도로호 그란 리제르바(Escudo Rojo Gran Riserva·②)독일어로 ‘붉은 방패(로트쉴트)’를 뜻하는 로스차일드가는 유럽 최고의 명문가 중 하나다. 그들의 이름이 붙은 와인에는 가문의 가치와 신념이 그대로 묻어 있다. 로스차일드가는 칠레 콘차이토로와 합작해 칠레 명품 와인의 원조인 ‘알마비바’를 생산했다. 이후 칠레의 자연환경이 가진 잠재력을 발현시키고, 가문의 상징인 붉은 방패를 스페인어로 표기한 ‘에스쿠도 로호’를 만든다. 붉은 라벨 속에 붉은 방패를 넣어 한눈에 로스차일드 가문의 와인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에스쿠도 로호 와인은 칠레의 마이포 밸리에서 생산한다. 대표적인 와인 ‘에스쿠도 로호 그란 레세르바’는 카베르네 소비뇽 44%, 카르메네르 39%, 시라 11%, 카베르네 프랑 2%를 블렌딩한 와인이다. 닭고기, 등심, 양념갈비 같은 대부분의 구이 요리뿐만 아니라 치즈와도 잘 어울린다.
伊 와인명가·칠레 경주마 목장 콜라보
알비스(Albis·③)이탈리아 와인업계의 대부 피에로 안티노리와 칠레 최고의 경주마 목장인 하라스 데 피르케는 국제적인 합작 와인 알비스를 탄생시켰다. 알비스는 ‘새벽’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와 칠레의 하라스 데 피르케가 의기투합해 2004년에 최초 빈티지 출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마이포 밸리 종마장을 포함한 6㎢ 규모 부지에서 훌륭한 종마와 함께 명품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블랙베리와 블랙 커런트 등 풍부한 과일향과 함께 상큼한 허브와 민트 향도 느낄 수 있다. 풀보디의 잘 숙성된 탄닌감을 느낄 수 있고, 청량하고 깔끔한 잔향이 일품이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르메네르의 블렌딩이 조화를 이루면서 정교한 맛을 선사한다. 육류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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