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에 적용할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 올린 9160원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측과 노조 측 간 신경전이 치열했습니다. 최저임금은 각종 임금 및 연봉 등과 연결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은 기업의 경영 환경과 근로자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근로자로서는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손에 쥐게 되는 돈이 이전보다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적으로 최저임금을 어떻게 분석할까요?
가격하한제의 대표적인 사례, 최저임금제
최저임금제는 ‘가격하한제’의 예를 들 때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여기서 가격하한제란 물건 가격이 일정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 생산자(공급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최저가격제(price floor)라고도 합니다.
그림을 통해 최저임금제가 실행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한번 살펴봅시다. 최저임금제는 시장균형가격인 W0보다 높게 설정돼야 합니다. W0보다 낮게 설정되면 노동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제도를 실행할 이유도 없게 됩니다. 최저임금을 W1으로 설정하면 높아진 최저임금에 따라 노동 공급량은 L0→L2로 늘어나고 노동 수요량은 오히려 L0→L1까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면 L2-L1의 차이만큼 ‘초과공급’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초과공급만큼 ‘비자발적 실업’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후생 측면에서도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면 노동시장이 균형 상태(W0, L0)일 때보다 사회 후생 측면에서 A+B만큼 사회적 후생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최저임금제의 파급력
노동시장에서 공급자는 근로자, 수요자는 기업이기 때문에 높아진 임금에 기업은 수요량이 줄어들고, 근로자는 공급량을 늘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제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임금이 상승하므로 근로자의 소득은 증가합니다. 반면,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L2-L1만큼의 비자발적 실업이 발생해 오히려 최저임금제 시행 이전에는 근로소득을 얻던 근로자의 일부(L1-L0)가 직장을 잃게 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127만4000명으로, 32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29만 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습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나라에 속합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와 관련한 인건비 상승을 자영업자들이 버텨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후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낸 뒤 홀로 또는 가족이 도와주는 형태로 가게를 운영하거나 점포에 무인 키오스크를 설치해 인건비를 줄이는 곳이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시장 참여자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구인공고가 줄어들고,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근무시간 자체가 줄어 이전보다 소득이 감소했습니다. 근로자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사라져 일을 못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미국·일본은 지역별·업종별로 차등화
최저임금제로 근로자의 생활 형편이 나아진다면 계속 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생산성과 지역별, 업종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결정해버리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기존에 직장을 갖고 있는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임금이 따라 오르지만, 최저임금제로 직장을 잃어버린 근로자들은 오히려 소득을 얻지 못해 사회적 후생 측면에서도 매우 부정적입니다. 미국·일본과 같은 경우 주(州) 혹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차등화돼 있습니다. 최저임금제로 노동시장에서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사회적 후생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