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가구 배송비 4만9000원→8000원 '확' 내린 이유

입력 2021-08-27 06:36   수정 2021-08-27 07:28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가 국내에서 제품 배송비 및 조립 서비스 비용을 낮춰 장점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대폭 강화한다. 인테리어 제품 전문 어플리케이션(앱) 및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중심으로 온라인 가구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이케아의 매출 성장률이 둔화한 데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이케아코리아는 지난 2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2회계연도(2021년9월~2022년8월) 이케아코리아 브랜드 계획을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점을 감안해 배송 서비스를 다양화한 게 눈길을 끈다. 우선 택배 배송 가능한 제품을 가로 길이 100cm 이하로 제한했던 것을 140cm 이하로 늘렸다. 기존에 일괄 적용했던 택배 배송비(5000원)는 부피와 크기별로 3000원, 5000원, 8000원으로 세분화했다. 비교적 크기가 작은 릴나겐(LILLNAGGEN) 유리닦이, 오뷔온(ABYAN) 바디퍼프 등 소품류 배송비는 3000원으로 인하된 셈이다.

택배배송 가능 제품 길이 기준을 늘리면서 기존에는 부피가 커 택배 배송이 아닌 트럭 배송료(4만9000원)를 받았던 일부 제품 배송료는 확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말비크(MALVIK) 폼매트리스, 후가두(HUGAD) 커튼봉 등은 그동안에는 부피가 커 4만9000원의 트럭 배송료를 받았지만 이제는 8000원의 택배 배송료만 내면 된다.


실제 이케아코리아 제품은 가격 자체는 저렴해 '가성비 좋은 상품'이지만 막상 배송비와 조립비까지 더하면 판매 가격이 비싸진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케아코리아는 가구 조립 서비스 역시 보다 합리적 비용산정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 부담 금액을 낮추고, 주방·욕실 설치 서비스도 전문업체와 협업해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기본 조립비용은 5만원에서 시작해 조립이 필요한 제품 가격에 따라 총 조립 서비스 요금이 책정되는 시스템이다. 25만원 미만 제품에 대해선 기본인 5만원을 받고 25만원 이상 50만원 미만에 대해서는 10만원, 75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에 대해서는 20만원, 15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에 대해서는 30만원 식으로 상품 가격이 올라가면 서비스 요금이 추가된다.

이케아코리아의 이같은 전략은 2021회계연도(2020년9월~2021년8월) 들어 매출 성장률이 둔화한 데 대한 대응전략으로 보인다.

이날 이케아코리아가 발표한 2021회계연도 예상 매출액은 68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2020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에 6634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이전 연도 동기 대비 33%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액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사람이 많고 밀집한 장소를 피한 데다 지난 회계연도에만 두 번의 가격 인하를 시행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유럽 공장이 폐쇄되면서 제품 가용성이 떨어졌고 새로운 접점을 오픈하지 않은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케아코리아가 배송 서비스 확대로 온라인 판매를 늘려 매출 신장을 꾀하려는 것으로 봤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매출액 성장세가 더딘 와중에 신규 출점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보니 온라인 매출을 늘리려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배송비와 조립비가 저렴해지면 이케아의 장점인 가성비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구 조립 및 설치서비스를 이케아코리아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는 가구 판매업체가 판매부터 설치 및 사후서비스(AS)까지 책임지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가구업체도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가구 조립 및 설치서비스가 이케아 직영이 아닌 외부 업체를 통해 진행된다면 서비스 질은 물론 소비자 만족도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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