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데이터를 인용했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쯤되면 가당찮은 선동에 다름아니다. 부동산 폭등으로 집 없는 사람은 좌절감에, 집 있는 사람은 치솟는 세금에 고통받고 있는 엄연한 사실도 이제 부인하는 것인가. 설사 그런 데이터가 있다해도 부분적인 사실일 뿐이며 집값 전세값이 천정부지라는 점은 청와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특히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의 시세 통계가 엉터리라는 점이 드러난 게 바로 엊그제다. 표본을 2배로 늘리자 6월 9억2000여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값이 7월에는 11억930만원으로 2억 가량 급등했다. 불과 한달 만에 19%나 폭등했다는 의미인데 뜬금없이 집값 상승률이 5.4%에 불과하다며 자화자찬이라니.
이 실장은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3일 역시 국회에 나가 "부동산 매매 시장과 전세시장이 안정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흘 전에 있었던 부동산 혼란이 그새 사라질 수는 없다. 아무리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듣는 여당의원들 앞이라지만 '아님 말고' 식으로 상활따라 바꿀수 있는 말은 결코 아니다.
부동산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권의 깃털보다 가벼운 행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주 '상위 2%·사사오입' 종부세 개정안을 전격 폐기할 때는 더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공시가격 상위 2% 부과안'의 상임위 처리를 예고했다. 하지만 불과 한 시간 뒤 '전격 폐기'를 공지하며 법안 개정을 백지화했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를 둘러싼 오락가락도 마찬가지다. 문 정부 출범 초기 등록자에 세제 혜택을 부여했다가 불과 4년 만에 혜택 철회를 밀어붙였다. "말이 안된다"는 비판이 커지자 원점 재검토로 선회했고, 이제 철회한다는 것인지 안한다는 것인지 미궁이다. '재건축 2년 의무거주 규제'도 도입했다가 전세난을 부추기고 피해자만 양산한채 불과 1년 만에 공수표가 됐다.
이리 정책에 신뢰가 없으니 집값이 잡힐리가 없다. 경제부총리가 수차례 '집값 고점론'을 설파하고 경고해도 비웃듯 시장은 연일 사상최고치 경신이다. 오락가락의 원조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는 한동안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 주장하더니 작년초 신년회견에선 '부동산 가격 원상회복'을 공언했다. 작년 말 국회연설에서는 “기필코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이 자신한 것과 정반대로 정반대로 움직이자 청와대는 "의지의 표현"이었다며 슬쩍 얼버무리고 말았다. 부동산 상승세는 더 뚜렷해졌건만 이제 청와대는 집값 전세값이 금기인 양 언급조차 삼가는 모습이다. 어제 한 말을 오늘 뒤집고 문제 제기에는 모르는 척 잡아떼는 그 두꺼운 얼굴로 또 무슨 개혁을 말하고 있다.
백광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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