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도에이애니메이션은 0.06% 오른 1만6300엔에 장을 마쳤다. 전날에 이어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도에이애니메이션은 올 들어서만 101.48%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계속해서 경신 중이다. 지난해 저점 대비 연말까지 122%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결은 해외판권사업이다. 슬램덩크와 드래곤볼, 원피스 등의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도에이애니메이션은 해당 작품에 대한 판권을 가진다. 코로나19로 애니메이션의 영화판 제작사업은 암초에 부딪혔지만 판권사업만큼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슬램덩크 모바일게임 등이 코로나19 이후 ‘집콕’ 수요로 인기를 끈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지난 4~6월 도에이애니메이션의 매출은 131억8700만엔, 영업이익은 42억4500만엔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6.5% 증가한 규모였다. 부문별로 보면 영화제작·판매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지만, 판권사업 매출이 21.3%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특히 판권 매출의 62%를 해외가 차지하는 등 일본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의 수요가 더 높은 것도 장점이다.
도에이애니메이션의 주가 상승에 애니메이션 팬들도 수혜를 누리고 있다. 도에이애니메이션은 매년 주주에게 주주 한정 캐릭터 카드를 선물로 주고 ‘주주통신’이라는 잡지를 발송한다. 잡지엔 보통 제작자들이 어떤 의도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지 등의 비화가 실린다. 주주우대 혜택이 매력적이기에 일부 팬은 차익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에이애니메이션의 중장기 주가 흐름과 관련해 몇 가지 위험 요인은 있다. 현재 도에이애니메이션의 시가총액(6846억엔)은 모기업인 도에이(2881억엔)의 두 배가 넘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도에이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탓에 격차는 더 벌어졌다. 도에이 주주 입장에선 도에이애니메이션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폐지하는 것이 모회사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 단 주식 공개매수에 4000억엔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내년 4월 시장을 재편하는 것도 변수다. 재편될 거래소 제도상 상장을 유지하려면 유동주식 비율이 25%를 넘어야 하는데, 도에이애니메이션은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도에이(34.17%), 테레비아사히(20%) 등 대주주가 가진 주식 비중이 88.57%나 된다. 도에이 측은 “확실한 방향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도에이애니메이션은 중요한 자회사로 향후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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