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IS-K, 탈레반과 '주도권 다툼'

입력 2021-08-27 17:26   수정 2021-08-28 01:08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외곽에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의 주체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지목됐다. 이 사고로 숨진 아프간인 60명 가운데 28명이 탈레반 대원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IS-K와 탈레반이 어떤 관계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1989년 옛 소련과의 전쟁이 끝나고, 아프간에서는 여러 군벌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다. 이 가운데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가 1994년 남부 칸다하르에서 파슈툰족 출신 이슬람 근본주의자 집단을 중심으로 결성한 단체가 탈레반이다. 이슬람 학교(마드라사) 출신 학생이 주축을 이뤘다. 탈레반도 ‘학생’이라는 의미다.

IS는 오사마 빈라덴이 결성한 알카에다의 이라크지부(AQI)로 출발했다. 참수 동영상, 민간인 학살 등 잔혹한 수법으로 단기간에 국제적인 조명을 받았다. IS는 알카에다보다 더 극단적인 테러활동을 벌이며 시리아와 이라크를 빠르게 장악했다.

하지만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의 공격으로 2017년부터 패전을 거듭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3월 “시리아에서 IS가 100% 제거됐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IS는 시리아와 이라크를 떠나 여러 나라로 퍼졌다. 이 가운데 아프간에 진출한 세력이 2015년 1월 호라산, 이른바 IS-K를 출범했다. 호라산은 이란 동부와 중앙아시아, 아프간, 파키스탄을 아우르는 옛 지명이다.

IS-K는 탈레반에 대해 “지나치게 온건하다”고 비판하며 끊임없이 테러를 저질렀다. 이들의 목표는 이슬람 신정 일치 지도자 칼리프가 이끄는 ‘칼리프 제국’ 건설이다. 서방세계와 타협하지 않고 비이슬람권을 상대로 성전(신앙을 위한 투쟁)을 벌이길 바란다. 탈레반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정권을 다시 잡자 IS-K가 “지하드(성전) 무장세력을 배신했다”고 비난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IS가 미국과 탈레반에 타격을 주기 위해 이번에 조직적인 공격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테러를 시작으로 IS-K는 아프간 내 유일한 지하디스트로서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반탈레반 세력을 모으고, 탈레반과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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