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나를 수사하라…무혐의 땐 이재명·김어준, 정치 떠나라"

입력 2021-08-27 17:48   수정 2021-08-28 00:56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직 사퇴’ 선언 이후 쏟아진 각종 투기 의혹에 대해 “저 자신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대선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여권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를 향해선 “저의 무혐의가 입증되면 공적인 영역에서 사라지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건을 ‘윤희숙 게이트’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펴자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지 이틀 만에 다시 공개 석상에 나와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다.
울먹이며 부친 자필 편지 공개
윤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이후 어지간하면 자숙·성찰하려 했지만 이틀간 제기된 각종 마타도어(흑색선전)가 상상을 초월했다”며 해명에 나섰다. 우선 민주당이 공격하는 부친의 세종시 전의면 소재 1만871㎡(약 3300평) 규모 농지 투기 의혹에 대해선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있으며, 투기 의혹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 변명하지 않겠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부친인 윤홍 씨가 쓴 자필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편지엔 “평범한 노년을 살면서 인생의 황혼을 준비한 일이 이렇게 큰 풍파를 일으킬지 몰랐다”며 “농지는 매각되는 대로 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편지를 읽는 윤 의원은 울먹거렸다. 그는 “아버님은 성실히 조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적법한 책임을 지실 것”이라며 “어떤 처분이 있든 그 옆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본인을 향한 의혹은 하나하나 반박했다. 윤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당시 얻은 내부 정보를 활용해 농지 투기가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선 “(당시 KDI) 재정복지정책부장으로 재직한다고 해도 KDI 내 별도 센터에서 진행한 예비타당성조사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윤 의원이 농지를 차명 소유했다’ ‘투자금 일부를 댔다’는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농지 구입 당시인 2016년 본인의 입출금거래 통장 내역과 부친의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언론에 자진 공개했다. 그는 “작년부터 사용한 카카오뱅크를 제외하면 유일한 입출금 통장”이라며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썼는지 검증하라”고 했다. 부친이 농지 구입 과정에서 윤 의원의 세종시 아파트를 방문했다는 의혹에는 “이사한 날을 제외하고 (7년간) 가족 누구도 저희 집을 방문한 적이 없다”며 “아파트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해보라”고 했다. 당시 본인이 살던 아파트 이름과 호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與, ‘윤희숙 게이트’ 맹공
윤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계기로 쏟아지는 여권의 공격에 대해선 “사악한 음모로 날조된 거짓 선동”, “평생 공작정치나 일삼으며 입으로만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 모리배들의 자기 고백”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 지사 캠프 소속 의원들이 의혹 제기에 앞장선 걸 거론하며 “제가 무혐의로 판결나면 이 지사도 사퇴하고 정치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방송인 김어준 씨에 대해서도 “무슨 근거로 부친이 3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주장하냐”며 “우리 정치에 가장 암적인 존재”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평소 결벽증처럼 내세우던 윤 의원의 도덕성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야당 일각에선 “수사 과정에서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친의 투기 의혹에 대한 윤 의원의 해명 수위가 달라진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틀 전 의원직 사퇴 회견에선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지만, 이날은 “불법을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불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부친의 토지 매입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며 자신의 개입 의혹은 부인했다.

민주당은 ‘윤희숙 게이트’로 이번 사태를 규정하고 집중 포화를 쏟아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 눈물의 ‘사퇴쇼’를 벌이는 건 국회 조롱사태”라며 “(부친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명백히 증명해내면 저도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 이 지사 캠프 측은 “본인 입으로도 투기 의혹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정치권의 비판을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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