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딱 붙는 '웨어러블'에 필수…10배 늘어나는 나노전극 나왔다

입력 2021-08-27 17:54   수정 2021-08-27 23:38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는 생체 의료기기, 증강현실(AR) 장비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부드러운 피부의 움직임에 따라 늘어날 수 있는 성질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자기기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요소인 전극이 유연해야 한다. 얇으면서 신축성이 있고 전도성이 높은 고성능 신소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은 웨어러블 기기에 쓸 수 있는 고성능 나노박막 전극을 개발해 관련 연구 성과를 세계 3대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었다고 27일 발표했다.

연구단은 ‘수상 정렬 방법’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써서 높은 전도성과 우수한 신축성을 지닌 나노미터(㎚·1㎚=10억분의 1m) 두께의 박막 전극(사진)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표면장력이 물보다 작은 다른 액체를 물에 떨어뜨리면 표면장력 차이에 따라 이 액체가 물의 표면을 따라 얇게 퍼져 나가는 걸 볼 수 있다. 계면에서 장력 크기가 일정하지 않을 때, 장력이 작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유체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를 ‘마랑고니 흐름’이라고 한다. 잔에 담긴 와인을 흔들면 와인이 잔 내부 벽을 따라 폭포처럼 흐르는 ‘와인의 눈물’도 마랑고니 흐름의 일종이다.

연구단은 수조에 은 나노선, 고무, 에탄올 혼합액을 떨어뜨려 마랑고니 흐름을 유도했다. 그러자 은 나노선이 수조 가장자리에 차곡차곡 정렬됐다. 이어 계면활성제를 수조에 투입했다. 가장자리에 정렬된 은 나노선들이 계면활성제로 인해 압력을 받아 더욱 서로 밀착한 상태가 됐다.

연구단은 그다음 용매를 증발시켜 얇은 막을 남겼다. 밀집해 있던 은 나노선들이 촘촘히 박힌 나노박막 전극이 만들어졌다. 이 모든 과정이 5분 내 이뤄질 정도로 짧다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연구단이 개발한 나노박막 전극의 장점은 높은 열 없이 상온에서 나노 재료를 부착하는 ‘상온 용접’이 가능하다. 고온 용접과 달리 상온 용접은 재료 간 접촉 상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적층 공정도 가능해진다. 적층 공정은 재료 간 접촉 횟수를 획기적으로 늘려 전극 성능을 극대화한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 박막전극의 전기 전도도는 10만 지멘스(S)/㎝로, 금속 못지않은 전기 전도도를 낸다. 처음 길이의 10배까지 잡아당겨도 전도도를 유지하는 신축성을 가져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최적화됐다는 설명이다. 두께는 250㎚ 수준으로 얇아 피부와 같이 굴곡 있는 표면에 달라붙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연구단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자외선 포토리소그래피를 이용해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선폭으로 소자를 패터닝하는 데 성공했다. 나노박막 전극을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다양한 전자소자로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단은 나노박막 전극을 이용해 다양한 피부 부착형 기기를 선보였다. 피부에서 근전도와 습도, 온도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동시에 모니터링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보였다. 연구단 관계자는 “수상 정렬 방법을 쓰면 반도체, 자성체 등 여러 나노 소재와 고무를 조합할 수 있다”며 “(수상 정렬 방법이)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에 광범위하게 이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가 실린 사이언스는 임팩트팩터(IF)가 47.728에 달하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다. IF가 47.728이면 해당 저널에서 발표된 논문 1편의 최근 2년간 평균 피인용 횟수가 47~48번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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