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23톤 화물차에 치여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망한 운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장사가 어려워지자 배달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오전 11시30분께 선릉역 인근에서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 A씨(42)가 23톤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60대 화물차 운전자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호가 바뀌어 출발했는데 운전석이 높아 오토바이가 보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은 내리막길 도로로, 차체가 높은 차량이라면 평소보다 시야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경찰은 현장 CCTV 등을 확보해 분석한 뒤 B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 사고와 관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는 17일 오전 11시30분 A씨 사고 시간에 맞춰 현장을 찾아 추모 행사를 열고 국화를 헌화하는 등 고인을 추모했다.
사고 현장 인근 인도에 세워진 고인의 오토바이 앞에는 국과꽃과 함께 막걸리, 소주, 맥주 등이 놓여 있고, 길을 가던 시민들도 안타까움에 발걸음을 멈췄다.
노조는 이날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는 우리의 모습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는 우리의 모습"이라면서 "언제나 손님에게 빠르게 음식을 가져다주고자 플랫폼사간의 속도 경쟁에 내몰린 우리는 생존을 위해 도로 위를 달린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회사는 정차에서 주문 콜을 받으라고 하지만 배달 도중 다음 주문 콜이 울리고, 이를 수락하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도로 위에서 휴대전화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조는 "배달 플랫폼 회사가 사망한 A씨의 유가족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해 장례비용과 위로금을 지급하고 A씨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고인의 삼일장이 끝나는 28일까지 선릉역 인근 오토바이 앞에서 추모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날 일부 라이더들은 자발적으로 오전 11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배달 콜을 받지 않으며 추모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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