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리는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이 드디어 주식 시장에 상장합니다. 서학개미들을 들썩이게 할 '대어'가 등장한 건데요. 리비안은 주력 제품으로 전기 픽업트럭 'R1T'와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R1S'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차량이 아직 공식 출시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경기 수원의 도로에서 주행테스트 중인 리비안의 픽업 트럭 R1T가 포착돼 전기차 마니아들을 들썩이게 한 적도 있습니다.
경제 전문 통신사 미국 블룸버그는 이날 리비안 상장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리비안이 추수감사절인 11월25일 전후에 상장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리비안의 기업가치인데요. 이 회사는 기업가치로 '800억달러'(약 94조원)를 인정 받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이는 한국의 대표 자동차기업인 현대자동차(44조5498억원)와 기아자동차(33조2802억원)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테슬라(7048억달러, 약 825조원)에 비해선 '9분의 1' 수준입니다. 상장 작업은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제이피모간, 모간스탠리 등이 함께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리비안의 기업가치를 800억달러로 책정하는 건 너무 고평가 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리비안의 전기차가 시험 주행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고해도 '공식 출시'를 안 한 전기차기업의 가치거 과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것입니다.
리비안은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7년 미국 일리노이주 노멀에 있는 미쓰비시공장을 인수했고요. 생산능력은 연 40만대 수준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시장에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18년 LA모터쇼 때입니다. 이 때 R1S와 R1T를 선보이며 시장에 충격을 줍니다. 무엇보다 세련된 디자인과 400마일(약 644km)에 이르는 주행거리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리비안이 높은 관심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미국의 자동차업체 '포드'가 리비안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 가을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리비안의 실체를 보기 위해 당시 리비안의 연구시설이 있는 미시간주 플리머스를 방문합니다. 아마존은 2019년 리비안에 7억달러를 투자했고 배달용 트럭 10만대를 주문합니다. 베조스는 지난달 우주여행을 가기 위해 로켓으로 이동할 때 리비안 차량을 타고 이동해 화제가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업체 포드도 리비안 초창기때부터 투자했습니다. 자사 전기 픽업트럭 플랫폼으로 리비안을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포드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근 전기차,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아마존과 포드의 리비안 투자액은 정확하게 공개되진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리비안의 제2공장 증설 자금으로 아마존과 포드 등이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추가지원했다고 합니다. 리비안이 창업 이후 현재까지 투자 받은 105억달러 중에 상당수는 아마존과 포드의 몫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밖에 블랙록, 피델리티, 티로프라이스 같은 유명 펀드들도 리비안의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리비안이 상장 등을 통해 성장하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하는 삼성SDI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리비안 차량에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갈 것이 유력하기 때문입니다. 스카린지 CEO는 지난 4월 "리비안의 배터리 모듈 및 팩과 결합할 삼성SDI 배터리셀의 성능이 기대된다"라고 말하며 삼성SDI와의 협력을 공식화했습니다. 리비안 트럭과 SUV가 많이 팔릴 수록 삼성SDI의 배터리 공급량도 늘고, 배터리 납품 실적도 쌓이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삼성SDI도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력 후보지 중 한 곳으로 리비안의 공장이 있는 일리노이주 노멀이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12일엔 딕 더빈 미국 연방 상원의원(민주당, 일리노이주)이 "삼성SDI가 노멀시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현지 행정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삼성SDI는 "차 제조사와 협력할지, 단독으로 공장을 설립할 것인지 등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지난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조만간 소식이 들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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