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기자] 우리는 종종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놓인다. 어떻게 보면 두 개념은 한끗 차이지만, 결국 둘 다 할 수 있고, 할 줄 아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싱어송라이터 권진아는 주저 없는 선택과 막힘 없는 결정으로 지금의 음악적 근간과 서사를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취사선택이 확실하다고 해서 기량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끝’, ‘위로’, ‘운이 좋았지’ 등 다수의 곡을 통해 일찍이 감성 발라더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발매한 록 기반의 ‘우리의 방식’과 디스코 팝 장르의 ‘KNOCK’를 보면 영리한 송라이팅은 물론 변화무쌍한 템포마저 손색없이 소화하는 이유에서다.
지난 7월 ‘KNOCK’로 색다른 변신을 꾀한 그는 앨범 소개에 “남녀가 사랑을 시작할 때의 미묘한 감정과 분위기를 발칙하게 표현했다. 올 초 EP 앨범도 그렇고, 장르나 콘셉트에 국한되고 싶지 않아 새롭게 시도해봤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신보는 뉴트로 장인 박문치와 함께해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자아냈다. “문치 씨와 보드게임을 하며 놀던 중에 노래를 듣고 바로 콜라보레이션이 성사됐다. 사람 자체도 유쾌해서 신나고 재밌게 작업했다”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또한 데뷔 후 첫 음악방송 출연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새로운 시도 중 하나였고 변화를 주고 싶었다. 모두 다 같은 무대지만, 이번을 계기로 더 자주 출연해보고 싶다.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자체로 너무 행복했다”고 미소 지었다.
아울러 웹드라마 ‘우수무당 가두심’의 메인 테마곡에 참여하며 ‘OST 맛집’으로서 이력을 추가했다. 드라마 업계에서 자신을 꾸준히 찾는 이유를 물으니 “음색이 호불호가 없는 것 같다. 또 목소리와 감성이 복합적이라 작품에 녹여냈을 때 몰입감을 더하는 게 아닐까”라며 자찬했다.
이처럼 자신의 색깔이 뚜렷한 그에게 리메이크 앨범 계획은 없는지 묻자 “원곡보다 좋게 만들기가 쉽지 않고 그 노래가 사랑받은 이유가 명백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너무 색다르게 편곡하면 훼손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가창만 다르게 하기도 참 모호하고 어렵다”고 답했다.
사실 싱어송라이터가 국내 음원차트 상위에 자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열심히 곡을 만드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고 힘이 빠질 때도 많다” 며 이어 “상위권 외의 음악들도 다양하게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다. 해서 ‘내 음악과 목소리를 어떻게 더 설득력 있게 소비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자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권진아가 계속 노래하는 동력을 묻자 “나 역시 많은 분들에게 닿길 바라며 해보지 않은 시도들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 자리로 돌아와 묵묵히 할 일을 하게 되더라. 그저 나만의 길을 닦는 장인 정신의 느낌으로 계속하려 한다”며 소신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향후 어떤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싶은지 물으니 “계획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생각도 취향도 계속 바뀌어서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과 결과물을 내고 싶다. 봉준호 감독님께서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했듯 내 선택과 집중에 유예가 없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이런 묵직한 태도 때문일까. 권진아와 공동 작업을 원하는 스타들도 정말 많다.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기분을 묻자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이 아직도 조심스럽고 쑥스럽다. 그런데도 언급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반대로 협업하고 싶은 가수에는 EXO의 디오를 지목하며 “R&B를 함께해보고 싶다. 훗날을 위해 뭔가 계속 써보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자타공인 연습벌레의 일과에 대해 “심심한 날에는 작업실에 가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뭔가 사부작거린다. 아직 그렇게 음악이 지겹지는 않나 보다. 그래도 올해는 활동이 많았어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집에서 많이 쉬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안테나 대표 춤꾼으로 유명한 그는 “음악을 틀어놓고 흐느적거리는 걸 좋아하는데, 진심으로 잘 춰서 민망하다. 이번 ‘KNOCK’는 율동에 가까웠지만 다채로운 모습을 위해 본격적으로 무대에서 선보일 날이 오지 않을까”라며 향후 댄스곡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최근 안테나는 괴물 신입을 영입하며 큰 변화를 맞았다. 이에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회사에 바라는 점을 묻자 “스스로가 중심이 된 곡 작업을 계속해나가고 싶다. 또 예능 같은 방송 스케줄도 지금보다 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의 숨겨진 예능감은 라디오를 통해 발현되곤 한다. 메인 DJ에 대한 욕심을 물으니 “활발한 성격은 아니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밤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맡아보고 싶다. 퇴근하고 돌아와 자기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10시쯤이 어떨까”라며 재치를 더했다.
그럼 DJ 꿈나무로서 여름을 마무리하며 듣기 좋은 플레이 리스트 추천을 부탁하자 “앨범을 발매한 후로는 잘 안 듣게 되는데, 최근 ‘우리의 방식’을 다시 들어보니 새삼 잘 만들었고 좋더라.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방식’의 전곡을 정주행해볼 것”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9월에 있을 ‘CURTAIN CALL’ 공연에 대해 “정규 2집 ‘나의 모양’이 유독 진중하고 클래시컬한 무드인데, 여기에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씨의 연주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무대를 꾸밀 수 있을 것 같다. 서로가 좋게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열일 행보를 걸어온 그에게 하반기 계획을 묻자 “쉬지 않고 음원을 계속 냈기 때문에 음악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채우고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할 듯하다. 해서 쉬면서 명상도 하고 천천히 작업을 구상하며 진짜 하고 싶은 것들에 몰두해보려 한다”고 알렸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두윤종
블라우스: 르베띠르
베스트: 질스튜어트
스타일링: 스타일그래퍼(이사금 대표, 치키 실장, 최지원 팀장)
헤어: 아우라뷰티 이유진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우라뷰티 정보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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