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승장에서 시장은 악재에 둔감했다. 조그만 호재가 나오면 주가가 급등했고, 악재가 나와도 대세에 지장을 주지 못했다. 최근에는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조그만 소식에도 급락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 전체적으로 리스크가 커졌다는 의미다. 이런 때일수록 큰손들이 어떻게 투자하는지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시장의 ‘주포’와 반대 방향에 베팅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큰손들이 어떤 종목을 사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매수세가 집중된 종목들이 있다. 투자주체별 매매 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난주(23~27일) 외국인과 기관이 총 500억원 이상 쌍끌이 순매수한 종목이 10개에 달했다. 순매수 1위는 셀트리온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총 282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위인 카카오는 외국인과 기관이 총 25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셀트리온이 반등한 이유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인 렉키로나 수출 기대 때문이다. 긍정적인 임상 3상 데이터를 유럽의약품청(EMA)에 제출하면서 오는 9~10월 유럽 시장 승인 가능성이 커졌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렉키로나의 올해 매출은 25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는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 3분기 중 매출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는 코로나19 이후 주가가 5배가량 올랐지만 아직도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톡은 광고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커머스 모빌리티 페이(전자결제)가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이 8085억원으로 작년 대비 7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1조1818억원을 기록해 ‘1조클럽’ 진입이 예상된다.
한화(920억원), 두산퓨얼셀(884억원), 대한항공(882억원), 아시아나항공(633억원) 등도 상위권에 들었다. 한화는 삼성전기 와이파이 모듈사업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큰손들과 달리 개인들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았다. 신작 출시 이후 주가가 20.2%(지난주) 급락한 엔씨소프트를 600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리콜 사태로 급락한 LG화학과 LG전자도 각 5035억원, 1146억원어치 사들였다. LG화학은 배터리셀을 생산하고 LG전자는 모듈(덩어리)로 조립한다. 반도체 업황 둔화로 하락세를 걷고 있는 삼성전자도 244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악재가 나와 급락하는 종목에만 1조5000억원 이상을 베팅한 것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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