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는데 '이자 폭탄'까지…자영업자들 "더는 못 버틴다"

입력 2021-08-29 18:06   수정 2021-08-30 00:45


서울 종로구에서 양식집을 운영하는 정모씨(52)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청천벽력 같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적자를 각종 대출로 메우는 마당에 부담이 더 커지게 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영업난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고정금리(연 1.5%)인 소상공인대출 5000만원에 더해 변동금리인 신용대출 2000만원(3.18%)과 주택담보대출 2억6000만원(2.75%)까지 받았다. 그는 “가게가 계속 적자라 지금 대출이자도 부담이 큰데 여기서 더 오르면 답이 없다”며 “은행에 전화해 대출상품 변경이 가능한지 문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이자 부담, 꽉 막힌 대출 통로
29일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서울 종로·관악·강동구 등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1년 반이 넘도록 대출로 연명해왔는데 이젠 ‘이자폭탄’까지 우려해야 할 판”이라며 한목소리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관악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0)는 신용보증재단 대출로 지난해 5000만원을 빌렸다. 그는 “연 2.0% 고정금리로 빌리긴 했지만, 은행에 문의했더니 금리 인상 이후 시장금리가 뛰면 이 대출이자도 오를 수 있다고 했다”며 “원금과 대출이자(2.0%)를 합쳐 3개월에 300만원씩 상환 중인데, 지금도 가까스로 빚을 갚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더 난감해하는 것은 정부의 ‘대출 옥죄기’로 신규 대출 통로가 아예 막힐 판이라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부터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1단계 적용에 들어가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극히 어려워졌다. 강동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씨(48)는 “주변 자영업자 가운데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언제까지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풀릴 기미 안 보이는 거리두기
자영업자를 옥죄는 각종 대출 규제는 늘어나고 있지만, 거리두기 4단계는 7주째 지속되고 있다. 상황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도 거리두기가 풀릴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명절 전후 많은 사회적 이동량으로 방역 상황이 다시 고비를 맞을 수 있는 만큼 추석 전까지 4차 유행을 확실히 반전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부터 영업시간이 오후 10시에서 9시로 1시간 단축된 것도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관악구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백모씨(59)는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지는 동안 매출이 80% 이상 줄어 월세를 빌려서 내고 있다”며 “여태까지 재난지원금을 세 차례에 걸쳐 총 650만원을 받았는데 이걸로는 한 분기 월세도 못 낸다”고 말했다.

견디다 못 해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영업을 강행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날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50분께 사상구 한 캄보디아 음식점이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영업해 관할 구청에 감염병 관리법 위반 사항이 통보되기도 했다.

급기야 수도권 자영업자들은 단체행동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자영업자들은 이날 ‘자영업자 한마음 한걸음 걷기’에 나섰다. 자영업자들은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에 검정 옷·검정 우산·검정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여 서대문형무소 주변을 걸었다. 이들은 “자영업자를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집회가 금지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우리의 ‘절박한 외침’을 표출하겠다”고 말했다.

최다은/최예린/장강호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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