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미 국무부, 국방부, 워싱턴의 싱크탱크 등에서 흘러나오는 새로운 전략적 구상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산만하게 배치된 미군을 미·중 패권전쟁 시대 새로운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전면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중동 미군의 철수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중동 석유의 안보적 가치가 퇴색했고, 기약 없이 테러와의 전쟁에 매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아프간 철수는 미국의 ‘탈(脫)중동 전략’의 첫걸음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페르시아만, 이라크의 미군까지 거의 빼낼 계획이다.
다음은 유럽 주둔 미군의 대폭 감축이다.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방비가 러시아의 두 배에 가깝다. 이 정도면 부자 유럽 스스로의 힘으로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하라는 것이다.
지금 미국 정부, 민주당, 공화당이 만장일치로 생각하는 국가안보의 최대 위협은 러시아도 아니고 탈레반도 아니다. ‘차이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중국 공산당이다. 그래서 워싱턴의 새로운 전략은 중동과 유럽에서 빼낸 병력을 아시아의 반중 전선에 투입해 일본, 한국 등 동맹과 함께 공산주의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아프간 사태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잘못하면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아주 크다. 특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는 북한 견제에서 중국 견제로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평택 캠프험프리스는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미군 기지 가운데 베이징에 가장 가까이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코앞의 미군 기지다. 또한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봤듯이 그간의 한·미 군사동맹은 한·미 군사+산업동맹으로 격상됐다. 미·중 헤게모니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반도체,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서 우리 산업이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우려하듯 주한미군을 건드릴 이유가 미국에는 없다. 오히려 문제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베이징과 워싱턴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며 그럭저럭 버텨왔다. 하지만 미국은 내년 들어서는 새 정부엔 ‘반중 전선에 참가할 것이냐 아니냐’를 명확히 선택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 및 한·미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부 정치세력과 반미 선동이다. ‘양키, 고 홈(go home)!’을 외치던 필리핀의 아픈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클라크와 수빅 미군 기지 주변의 상인들까지 미군 철수 시위를 벌였다. ‘미군이 철수한 기지에 외국인투자공단을 조성하면 훨씬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반미주의자들의 선동에 넘어간 것이다. ‘나가라!’고 하니 진짜 미군은 짐 싸서 나갔다. 그런데 미군을 쫓아낸 나라에 미국 기업들이 몰려갈 리가 없다. 결국 필리핀 경제는 침체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를 집어삼키는 중국에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대한민국 안보의 앞날은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국, 일본과 함께 반중 전선에 분명히 서는 바른 지도자를 만나면 미국의 한반도 방위 군사력은 더욱 강화된다. 반대로 어설픈 친중·반미 선동에 휘둘리는 잘못된 지도자를 만나면 한반도 안보에는 먹구름이 덮인다. 중화사상에 젖은 베이징은 숙이고 들어오는 나라는 우습게 보지만, 강하게 나오는 나라에 대해서는 멈칫한다. 우리가 강한 군사력을 지닌 미국과 함께하면 역설적으로, 베이징은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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