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의 ‘노마스크 시범사업’ 검토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든 기자의 생각이다. 군은 외출과 면회, 영내외 출입이 통제 가능하며 규칙적이고 통일된 생활을 하는 특수집단이다. ‘마스크를 벗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논란은 국방부가 몇몇 부대를 대상으로 방역지침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시작됐다. 군 장병 54만 명 중 52만여 명이 화이자 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친 상태다.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군 예방접종 완료 후 적용할 선제적 방역완화 방안 검토’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18일 방역지침 완화와 관련한 검토 보고서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보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일부 30세 미만 장병(영외 출퇴근자 제외)을 대상으로 3주간 종교활동이나 실내외 훈련·운동, 면회 시 방역지침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타당성과 시행 시점, 고려 요건 등을 문의한 것이다. 노(no)마스크 정책을 시범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야권에선 ‘생체(인체)실험’ ‘노마스크 집단면역 실험’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이 같은 방안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8월 4일 청와대 군지휘관 회의)로 시작됐고, 일부 군 장병 및 그 가족이 노마스크 정책이 위험하다며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방역 완화 검토가 K방역 홍보 수단이 돼선 안 된다. 하지만 군 장병의 접종률이 94%에 달하는 상황에서 방역 완화 검토를 ‘생체실험’이라고 매도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내일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전력을 유지해야 하는 군의 입장에선 의미있는 실험”이라며 “마스크를 벗고 전투한다면 어떻게 될지 미리 알고 준비하지 않으면 코로나19로 인한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높은 접종률로 군 내부에선 앞으로 확진자나 위중증자 및 사망자 발생이 우려할 수준은 아닐 테니 생체실험은 아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위드(with) 코로나’로의 정책 전환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언젠가 우리 사회도 ‘마스크 없는 일상’을 고려해야 한다. 의료·방역 전문가들의 과학적 논의가 중요한 이유다. K방역 홍보도 문제지만 ‘생체실험’ 같은 정치공세도 건전한 사회적 논의를 어렵게 한다. ‘노마스크’는 ‘정치’가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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