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로 갈라진 언론계가 특정 사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만큼 언론계 전체가 이번 언론재갈법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이번 법 개정안은 언론 보도 피해에 대해 최대 다섯 배까지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면서도 그 원인 행위인 ‘고의·중과실’이나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을 모호하게 규정함으로써 정권이 입맛대로 징벌에 나설 수 있게 했다. 또 징계 대상에 일정 규모 이상 국내 언론만 포함시키고 SNS나 유튜브, 해외 언론은 제외하는 등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부실 법안을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이니 강하게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언론계와 야당은 물론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까지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여당 내부에서조차 ‘속도 조절’ 필요성이 거세게 제기되는 판이다. 세계신문협회(WAN) 세계언론인협회(IPI) 국경없는기자회(RSF) 등 국제 언론단체들에서 우려와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뭣도 모르니까”라고 이들의 의견을 폄하했지만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가 없다는 것은 법안 주도자들의 숨은 의도를 여실히 보여준다”(뱅상 페레뉴 세계신문협회 최고경영자)는 등 여당의 저의까지 간파하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지난 4년여 만에 한국은 상식과 공정이 파괴되고, 경제 문제는 물론 외교·국방·방역 등에서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그 이유가 반대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내로남불’과 ‘편가르기’식 정치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당이 이번에도 언론재갈법 처리를 강행한다면 또 한 번 역사에 심각한 오점을 남길 것이다. 입법 폭주를 멈추고, 사회적 합의기구 등을 통해 해법을 찾는 게 답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