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의 성격도 스타일과 닮아있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한다. 2009년 7월 디도스 사태 때 국가정보원이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지만 그는 “미국에 공격자 서버가 있다”고 반박했다. 저작권 개념이 약했던 1990년대 ‘홍CD’란 이름을 걸고 해적판 소프트웨어 CD를 판매한 것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는다.
29일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 대표는 미국과 한국의 보안 소프트웨어업계의 현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현재 해커들이 모바일 앱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디컴파일) 보안 서비스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중학교 때 PC게임을 공짜로 하고 싶어 해킹을 시작한 홍 대표는 2000년대 들어 각종 해킹 대회에서 우승했다. ‘세계 3대 해커’로도 불렸다. 2008년 한국에 스타트업을 세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백신을 최초로 개발했고 2010년 엑시트(스타트업 창업자가 회사를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했다. ‘성공한 스타트업 사업가’란 평가를 들었다.
2012년 11월 스마트폰 앱 보안 관련 스타트업(에스이웍스)을 설립하더니 2013년 돌연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를 옮겼다. 미국에 본사를 세운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의 보안 서비스산업 관행에 실망했다는 얘기가 돌아왔다. ‘가격 후려치기’ 같은 고질병이 심해 제값을 받으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본다는 것이다. 그는 “첫해 계약하고 100원을 받았다고 하면 다음해부터는 유지보수비 5%만 받을 수 있다”며 “개발업체로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미국 분위기는 다르다고 했다. 인맥보다는 실력이 중요하고 질이 좋으면 가격은 확실하게 보장해준다는 게 홍 대표의 평가다.
그는 현재 미국 기업에 특화된 시스템 보안 관련 신(新)사업을 준비 중이다. 정식 서비스 오픈 전인데도 유명 스타트업 등 4개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 자금 조달 필요성에 대해선 “신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자금이 ‘휘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펀딩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이후 소프트뱅크, 퀄컴, 삼성 등에서 투자금을 받았다.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 중인 후배들에겐 “고객이 있는 시장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홍 대표는 ‘현지에 와서 1년이든 10년이든 될 때까지 하고 간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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