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이 다 떨어졌는 데도 걸려온 전화가 수십 통이에요. 피(프리미엄)를 500만~700만원 더 주고 사겠다고 줄을 섰습니다."(강원도 원주시 단계동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대표)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한 아파트가 불티나게 거래되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달부터 불과 1달 만에 130건 가까이 손바뀜 했다. 상반기(1~6월) 60건이 거래된 것에 비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세금과 초기 자본금 부담이 적고, 강원도가 비규제지역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단지는 1996년에 지어진 아파트로 3개동, 420가구로 이뤄져 있다. 전용 59㎡ 단일 면적이다. 장기임대아파트로 조건을 갖춘 가구에 먼저 분양 전환했고, 조건을 맞추지 못해 남은 가구들은 지난해 3월부터 일반에 분양했다.
단지는 지난 25일 1억26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전 신고가인 1억230만원보다 2300만원가량이 오른 수준이다. 전셋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지난달 9000만원 후반에 형성됐던 전셋값은 이달 들어 1억원으로 올라섰다.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갭투자(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것)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단 설명이다.
원주시 단계동 한 공인 중개 대표는 "대부분 외지 사람들이 와서 매물을 싹 쓸어갔다. 이달 중순 들어 100개가 넘는 매물이 나갔다"며 "매물이 없는데도 프리미엄을 300만~700만원을 더 주고서라도 사겠다고 연락처를 남겨놓은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세경3차가 주목을 받으면서 주변 공시가 1억원 미만 단지들의 집값도 덩달아 올랐다. 세경3차 인근 장미아파트(194가구) 전용 59㎡는 지난 24일 1억2600만원에 거래돼 전고점인 1억450만원을 경신했고, 단계삼익 전용 84㎡도 지난달 1억7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다.
단계동 또 다른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세경3차에 관심이 쏠리면서 인근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에도 투자자들이 기웃거리고 있다"며 "하지만 주변 아파트들은 물량이 적어 이미 다 소진되고 없는 상태"라고 했다.
전셋값이 높아 초기 자본금이 덜 드는 점도 투자자들이 몰린 이유로 지목된다. 세경3차 매맷값은 최고가 기준 1억2600만원인데, 전셋값은 1억원이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의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이 79%다. 전세가율이 80~90% 정도면 적은 돈으로도 갭투자가 가능하다.
강원도가 '규제 무풍 지역'인 점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비규제지역은 대출과 세금 규제가 규제지역보다 훨씬 덜하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발생하는 입주 의무 등도 없다. 서울에 집이 있더라도 비규제지역인 강원도에 처음 집을 구매하는 것이라면 공시가 1억원 이상이어도 취득세 1.1%를 적용받는다.
강원도 내에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거래를 한 곳도 원주시였다. 최근 3개월 외지인 거래 1010건 가운데 23.4%인 237건은 서울 거주자들이 한 거래였다.
원주시에서는 갭투자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올 1월 갭투자 비율이 4%(1018건 중 44건)에 불과했던 원주시는 지난 6월 이 비율이 13%(882건 중 123건)로 9%포인트 급등했다. 다만 지난달엔 7%(1013건 중 76건)로 소폭 감소했다.
아파트 매수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강원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103.6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107.3을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0~200 사이의 숫자로 나타나는데, 100을 넘으면 수요가 더 많다는 뜻이다.
원주=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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