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사의 한 장면에 등장했던 로게 전 위원장(사진)이 향년 79세로 별세했다. AP·AFP 등 주요 외신들은 29일(현지시간) IOC가 로게 전 위원장의 사망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사인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자크는 스포츠,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을 사랑했으며 그 열정을 그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강조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어 “IOC 위원으로 함께 선출된 우리는 멋진 우정을 나눴으며, 이는 그의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IOC를 이끈 로게 전 위원장은 선수 출신 위원장으로 유명하다. 그는 벨기에 요트 국가대표로 1968년, 1972년, 1976년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럭비 국가대표로 활약한 경력도 있다.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정형외과 의사이기도 하다.
1991년 IOC 위원에 선출된 뒤 의무분과위원회 소속으로 약물 퇴치 운동에 앞장섰고, 1998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뇌물 스캔들이 터졌을 때는 IOC 개혁 운동을 주도했다. 2001년 당시 김운용 IOC 부위원장 등의 경쟁자를 누르고 위원장에 오른 뒤 부정부패, 약물, 불법 스포츠도박, 승부조작 등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 스포츠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별명이 ‘미스터 클린’인 배경이다.
‘사상 최초’ 기록도 많이 가지고 있다. 첫 남미 하계올림픽 개최(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러시아의 사상 첫 동계올림픽 개최(2014년 소치) 등이 그의 재임 기간 이뤄졌다.
로게 전 위원장은 IOC 위원을 지낸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등 한국 경제인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이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2009년부터 1년 반 동안 170여 일간 해외 출장을 다니며 로게 전 위원장을 비롯한 IOC 위원들을 일일이 면담했다.
동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2011년 8월 대구 육상선수권대회 참석차 방한한 로게 전 위원장과 이 회장이 오찬을 함께한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고 조양호 한진 회장도 로게 전 위원장과 돈독한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