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고의성 없음 입증해야"…'언론재갈법' 독소조항 또 꺼낸 與

입력 2021-08-30 17:35   수정 2021-08-31 03:45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이 30일 본회의에 앞서 친여 성향 단체들을 잇따라 만나 입맛에 맞는 의견만 수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압박했다. 관훈클럽·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 등 7개 언론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친여 성향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간담회를 했다. 특위 위원장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몇 가지 관점에서 법의 실효성이 없어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민변은 고의 중과실 추정이 아니라 언론사가 (고의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당초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언론사에 고의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책임을 지웠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입증의 책임은 피해를 주장하는 쪽에게 있다’는 민사법상 대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따라 해당 조항은 수정됐다. 하지만 보도 등이 반복될 경우 고의·중과실을 법원이 추정하도록 한 조항 대신 언론사에 입증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게 민변 등의 주장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하다 폐기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배상액 하한선을 도입할 필요성까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배상액 하한액을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한 바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여당이 만난 민변·민언련은 대표적인 친여 단체로 꼽힌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 골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법안에 대한 이견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잇따른 외신의 비판적인 평가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금요일 민주당 미디어특위는 외신기자 간담회를 했다”며 “간담회가 끝난 뒤 외신기자들이 ‘설명해줘서 고맙고, 오해가 풀렸다’는 답변을 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간담회 현장에선 “(앞으로) 최순실 보도는 가능한가”, “가짜뉴스가 무엇인가”, “보수언론을 겨냥한 것인가”, “법안이 정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과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야당은 계속해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언론중재법은)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인 여론 독재를 완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라”며 “대통령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법이라는 국민적 의혹으로부터 떳떳하게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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