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고승범號 금융위, 가계대출 추가 대책 내놓을 듯

입력 2021-08-31 09:46   수정 2021-08-31 09:47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이 31일자로 공식 업무에 돌입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3기 금융위원회를 이끌게 됐다. 3기 금융위는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를 추가하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위원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출신으로,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줄곧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해왔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은성수 전(前) 금융위원장이 전날 이임식을 갖고 금융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고 신임 위원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시작됐다.

고승범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련해 추가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장 후보로 지목된 이후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지적해왔기 때문이다. 고 위원장은 지난 27일 진행된 청문회에서도 "가게부채 관리를 강화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필요하면 추가대책도 마련해 강력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통위원 재직 시절에도 가게부채 확대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을 지적하면서 7월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부채는 180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년 새 약 170조원이나 불어난 결과로,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따른 여파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낀 '자산 거품'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고 위원장도 "과도한 신용증가는 버블 생성과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금융시장 경색을 초래해 결국 실물 경제를 악화시킨 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라고 밝히면서 우려의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DSR 앞당기거나 2금융권 규제 확대 예상…마이너스통장 개설은 61%나 '급증'
구체적으로는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일정을 앞당길 것으로 점쳐진다. DSR은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금융위는 1단계로 지난 7월부터 전체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와 연소득과 관계없이 총 1억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차주단위 DSR 비율 40%를 적용했다.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들로 확대하고,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에 모두 적용된다.

고 위원장은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관행을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현재 단계적 DSR 규제 도입 일정이 적절한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추가로 2금융권에도 차주별 DSR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도 크다. 2금융권의 차주별 DSR 규제를 은행권 수준인 40%로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1금융권에서 제한된 대출이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고 위원장이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언급하면서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다음달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봉 이하로 낮출 예정이며, 마이너스 통장 한도는 5000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규제가 나오기 전에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가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은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1만5366개가 새로 개설됐다. 지난주 신규로 발급된 마이너스 통장 수와 비교하면 61%나 급증한 수준이다. 신용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2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43조1804억원으로 지난 20일 이후 2조8820억원이나 불어났다.

가계부채 외에 가상화폐거래소의 줄폐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고 유예기한은 다음달 24일이지만, 요건을 갖춰 신고한 곳은 단 1곳 뿐이기 때문이다. 고 위원장은 신고 기한 일정에 대해선 "기존 일정을 지킬 것"이라면서도 "좀 더 (거래소들이) 빠르게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 밖에 은행권과 빅테크·핀테크간 갈등을 빚고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와 금융위와 한은간 이견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처리 문제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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