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8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서비스업 PMI는 하강 국면으로 들어갔다. 중국의 경기 둔화 흐름이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1일 중국의 8월 제조업 PMI가 50.1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전월 50.4에서 내려간 것은 물론 로이터통신의 시장 예상치 50.2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35.7 이후 18개월 만의 최저치다.
PMI는 기업의 구매, 인사 등 주요 부문 담당자들에 대한 설문으로 집계한다. 50을 기준선으로 이보다 위에 있으면 경기 확장, 아래에 있으면 경기 위축 국면으로 본다. 원재료와 장비 등 구매 부문을 많이 보는 제조업 PMI는 특히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중국의 월간 PMI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해 2월 35.7로 급강하했다가 다음달인 3월 52로 반등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50을 상회했다. 하지만 올들어선 지난 3월 51.9로 정점을 찍고 이달까지 5개월 내리 전월 대비 하락했다. 아직 50을 웃도는 확장 국면을 나타내긴 했지만 최근 추세를 볼 때 위축이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서비스업 경기는 이미 급랭해 위축 국면에 들어갔다. 서비스업 동향을 반영하는 비제조업 PMI는 전달의 53.3에서 8월 47.5로 떨어졌다. 임계점인 50을 크게 밑돈 것이다. 중국의 비제조업 PMI가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 29.6 이후 처음이다. 비제조업 PMI는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50을 상회했다.
중국의 제조업·비제조업 PMI 악화는 중국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한 코로나19 재확산,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생산자 물가 불안, 대규모 폭우 피해 등의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산업생산·소매판매 등 최근 발표된 각종 핵심 경제 지표들도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부양책에서 벗어나 부채 감축 등 장기적으로 자국 경제의 위험 요인을 걷어내기 위한 경제 정책을 펴던 중국 당국은 하반기에 경기가 너무 빨리 식지 않도록 적절한 경기 대응 방안 찾기에 고심 중이다. 지난달 30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공산당 중앙정치국 하반기 경제점검 회의에서 지도부는 확장적 재정정책, 신에너지차 등 제조업 지원 확대, 무리한 탄소저감 자제 등 3월 말 회의에선 볼 수 없었던 키워드를 추가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9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려 1조 위안(약 177조 원)의 장기 자금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4월 이후 15개월 만에 다시 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인민은행과 재정부 등은 최근 회의에서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하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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