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전범 피해자 헌법소원 각하, 위안부 피해자와 무엇이 달랐나 [종합]

입력 2021-08-31 15:12   수정 2021-08-31 15:13



헌법재판소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강제징병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전쟁범죄자(전범)가 된 사람들이 정부의 문제 해결이 제대로 없었다며 헌법 소원을 한 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31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고(故) 이학래 동진회 회장이 "정부가 한국인 전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5(각하)대 4(위헌)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조선인 전범 생존자들의 모임인 동진회 회원들과 유족들은 2014년 우리 정부가 자국 출신 전범 문제를 방치해 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씨 등 전범 피해자들은 일제강점기에 징병 돼 일본군의 대 연합국 포고 관리 등을 담당한 특수부대에 배속됐다. 일본 패전 후 연합군 군사재판에서 B·C급 전범으로 처벌받았고, 1945~1951년 전범 재판을 통해 동남아 각지 교도소에 수감됐던 조선인 B·C급 전범들은 일본 스가모 형무소로 이송돼 구금된 후 지난 1957년까지 만기 또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하지만 출소 후에도 '전범'과 '대일협력자'로 낙인찍혀 한국으로 귀국하지 못하는 등 차별을 받았다. 또한 꼬리표 때문에 생활고까지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도쿄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의 사죄와 국가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패소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보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00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맺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한일수교회담 문서가 공개됐고, 당시 일본 정부는 '조선인 전범은 별개 문제이니 별도 연구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후 이 회장과 유가족들은 2014년 우리 정부가 조선인 B·C급 전범 피해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 소송을 제기한 이 회장은 조선인 B·C급 전범 피해자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 하지만 지난 3월 28일 향년 96세 나이로 숨졌다.

특히 2011년 헌재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을 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 관한 배상이 끝났다는 식으로 한일청구권 협정을 해석하자, 우리 정부가 외교적으로 해결에 나서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헌재는 우리 정부가 분쟁 해결에 나서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날 헌재는 "한국인 B·C급 전범들이 받은 피해의 상당 부분이 국제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인해 생긴 피해이고, 이러한 피해 구제를 중심으로 한국인 B·C급 전범 당사자들이 투쟁을 해왔고, 한·일 양국도 상호 협의를 하여 왔던 점, 외교적으로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일본 측에 국제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인해 발생한 한국인 B·C급 전범의 피해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촉구해 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각하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반대 의견을 낸 이석태·이은애·김기영·이미선 재판관 등 4명은 "한국인 B·C급 전범들이 입은 피해 중 일제의 강제 동원으로 인한 피해 부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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