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의 기부금 수입이 지난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장기화로 대학들의 재정난이 심화하고 있는 마당에 살림살이가 더 빠듯해진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전국 4년제 일반대학(교육대학 포함) 195개교, 전문대학 133개교 등 총 328개교를 대상으로 한 ‘2021년 8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사립대에 들어온 기부금은 총 5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688억원(10.9%) 감소했다. 코로나19 창궐 이전인 2019년 1년간 기부금이 291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학교별로 살펴보면 한국외대의 기부금 수입이 지난해 44억원으로 2019년(75억원) 대비 41.3% 쪼그라들었다. 이화여대(-32.5%), 고려대(-27.7%) 등도 감소폭이 컸다. 반면 성균관대(39.4%), 경희대(20.3%), 중앙대(3.9%)는 2019년보다 늘었다. 성균관대의 기부금 수입은 524억원으로, 고려대(401억원)와 연세대(326억원)를 넘어섰다.
전문대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전문대의 지난해 총 기부금 수입은 373억 원으로 2019년(534억 원)과 비교해 161억원(30.1%)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학들이 기업 최고경영자(CEO) 동문 들을 대상으로 한 모금 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매년 큰 금액을 쾌척했던 기업 CEO들이 작년에는 업황 악화를 이유로 기부를 중단했다”며 “동문들에게 모교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대부분 손사레를 쳐 올해도 기부금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부금 수입 감소는 대학들의 재정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규제로 등록금이 13년째 동결돼 사립대의 재정은 악화일로다. 2010년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751만4000원이었지만 작년엔 747만9000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부는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올해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 가결과에서 탈락한 인하대의 경우 지난해 기부금 수입이 2019년 180억원에서 작년 84억원으로 53.3%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결과가 그대로 확정되면 연간 약 50억원에 이르는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다. 한 사립대 총장은 “이대로 가면 대학들은 장학금, 학생 교육비 등의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전반적인 대학 교육의 질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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