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AI 데이’ 리뷰..“명확한 자율주행 비전 제시”

입력 2021-08-31 17:13   수정 2021-08-31 17:14


지난 8월 19일 저녁 (현지시간)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개최된 ‘테슬라 AI 데이’에서는 ‘비전온리(Vision only)’ 방식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겠다는 계획과 AI 트레이닝 슈퍼컴퓨터 ‘도조(Dojo)’와 ‘테슬라 봇(Tesla Bot)’의 비전이 공개됐다. 인간보다 뛰어난 운전 실력을 갖춘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 하에, 테슬라는 다섯 가지 영역에서의 기술 개발과 혁신을 소개했다.

첫번째 기술은 '비전데이터 취합과 4D데이터로의 전환'이다.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 8개의 각도가 각각 달라서, 기존의 2D 데이터로는 차량의 진행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테슬라는 가상 카메라 기능으로 각도를 조정하고 합치며 이를 보완했다. 3D 비디오 모듈 방식을 택해 속도와 거리 측정에 미흡한 카메라의 단점을 보완하고, 수집한 영상 정보는 인공신경망(Spatial RNN)을 통해 처리했다. 나아가 차량의 예상 경로 정보를 더한 4D 데이터를 활용했다. AI는 주행하는 차량의 경로를 예측하고, 중간에 시야가 가려지더라도 같은 차량을 이어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는 '데이터 라벨링과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미지 라벨링은 2D 수작업에서 4D로 진화했다. 데이터가 쌓이면서 자동 라벨링 툴 ‘Holy Grail’이 개발됐다. 이 툴을 통해 차량은 주변 상황을 토대로 가상의 지도를 생성하고, 다른 테슬라 차량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당 지도에 맞게 실제 도로 정보를 수집한다. 이렇게 매주 1만 개에 이르는 비디오 클립을 확보해 자동으로 라벨을 붙이고 시뮬레이션 환경을 생성한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테스트하고, 희귀한 데이터로 새로운 상황을 가정하며 반복 학습한다.

세번째 기술은 '자율주행 칩과 AI 트레이닝 슈퍼컴퓨터'다. 학습된 데이터를 차량에 배포하고, 차량의 판단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칩이 꼭 필요하다. 자율주행 칩을 직접 설계하는 만큼, 테슬라는 현 차량에 적용된 FSD Hardware 3.0 칩의 성능과 영향력을 강조했다. 이번에 Hardware 4.0은 공개되지 않았다. 운행 중인 차량들에서 모인 방대한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미국 본사 데이터센터에 AI 트레이닝 슈퍼컴퓨터를 두었다. 현재 세계 5위의 성능을 갖춘 슈퍼컴퓨터를 사용 중인데, 그 연산 능력은 1.8exaFlops(1초당 180경번 연산)으로 10초짜리 동영상 100만개를 1초만에 학습하는 수준이다.

네번째는 '도조’ 슈퍼컴퓨터와 독자적 D1칩'이다. 지금까지 수집한 빅데이터, 그리고 자체적 컴퓨팅 역량를 토대로 자율주행AI 기술을 완성하겠다는 포부의 핵심이다. 도조는 오토파일럿 훈련에 집중적으로 활용될 초고속 훈련 컴퓨터로, 3000여 개의 전용 D1 칩으로 이루어져 있다. 테슬라는 오직 도조를 위한 D1 칩을 자체 개발하면서 비용을 4-5배 줄였다. D1 칩을 세로로 쌓아 활용 공간을 5배 축소했으며, 같은 비용의 기술 대비 4배 이상의 성능을 거두었다고 강조했다. 2022년에 1세대 컴퓨터와 FSD 시내자율주행이 상용화될 예정인 가운데, 2세대 컴퓨터는 1세대에 비해 10배 이상 성능이 향상될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으로는 ‘테슬라 봇’의 비전을 공개했다. 테슬라 봇은 반복 작업이나 위험한 일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세미트럭 자율주행 서비스와 함께 물류 트럭 운전에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프로토타입은 2022년에 공개될 것이다. 현 ‘오토파일럿(Autopilot)’에 적용된 카메라와 FSD 칩을 사용하며, 도조를 통해 데이터를 학습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차와 같은 칩과 센서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AI가 학습을 통해 주변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테슬라는 빅데이터를 축적해 활용하고, 자율주행기술 소프트웨어와 자체 칩을 제작하고, 이를 제품화하는 실행력까지 갖춘 플랫폼 기업임을 입증했다. 자체 소프트웨어와 전용 칩을 설계하는 역량을 갖춘 경쟁사는 구글, 엔비디아, 모빌아이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쌓아온 역량이 단기간 주가로 연결되기는 어렵겠지만, 테슬라에게 다가오는 2022년은 성장 모멘텀이 집중된 해이다. 동 행사에서 공개한 마일스톤들에 더해, 자사의 독자적인 4680 배터리와 사이버 및 세미 트럭 기종을 양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행보를 면밀히 지켜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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