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이든 新안보정책, 방산수출 늘릴 기회다

입력 2021-08-31 17:23   수정 2021-09-01 00:05

지난주 목요일 380여 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태운 군용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이 아프간 철수를 선언한 지 약 100일,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점령당한 지 약 10일 만이다. 수천㎞ 떨어져 있는 우리가 체감할 정도로 아프간 사태는 주변국과 인근 유럽을 넘어 세계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신(新)국방외교 정책의 첫 산물이 구체화된 셈이다.

바이든 정부 신국방외교 정책의 핵심은 동맹국 중심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대중·러 패권경쟁 우위 확보에 의한 글로벌 안보 강화 유지다. 즉, 유럽은 나토(NATO),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쿼드(Quad) 국가인 일본·호주·인도 그리고 한국 등 핵심 동맹국들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아프간 철군과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UAE 등에 대한 무기수출 재검토 발표는 비동맹 국가들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정책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과거 트럼프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에 대규모 무기 판매를 통해 자국 방위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 등 실리와 경제적 이익 중심의 정책을 추구했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의 수출계약액은 1760억달러로 전 세계 무기 수출액의 약 5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년간 미국의 대중동 수출액은 전체의 약 50% 내외이며 이 중 사우디·UAE 비중은 중동 수출액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특히 사우디는 세계 4위의 국방비 지출국가로서 산업역량 취약으로 무기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핵심 동맹국 위주 방산수출 정책 전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먼저,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우리에게 국방력 증대를 위한 수단으로 각종 첨단무기의 이전이 촉진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동맹국 중심의 국방력 강화 지원을 위해 무기 상호 운용성 증대와 더불어 각종 첨단무기 공동개발과 기술이전, 상호간 거래 확대가 예상된다. 셋째, 미국 동맹국 중 동유럽 등 저역량 국가에 대한 패키지형 수출 프로그램에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 도모가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정부가 이미 구축한 아랍, 아시아 등 비동맹국 수출시장 제재에 따른 시장공백으로 제3국 간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의 핵심 무기획득 기조는 신뢰할 수 있는 방산 부품공급망 확보다. 기존 가격 및 효율성 중심의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안보 차원에서 안정적 무기 생산 담보를 위해 가격·품질·납기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중심 공급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각종 공동개발 및 생산사업에 대한 협력국가·기업들의 전반적 재검토도 예상된다.

미국의 신정책은 향후 우리의 국방 및 방산 정책뿐만 아니라 수출산업화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방위산업은 수년째 생산규모 15조~17조원, 수출수주액 27억~30억달러, 고용 3만8000명 내외로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1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수출비중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현 시점에서 미국의 정책변화는 우리 방산수출 확대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내년 우리 국방비의 일본 추월이 확실시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 동북아 안보의 균형자 역할이 요구된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미 간 동맹관계에 기반한 첨단기술 부문에서의 수평적 산업협력이 긴요하다. 수직적 분업구조에 의한 부품공급망 편입과 상호 비교우위에 기반한 우리 제품의 미국 시장 진출 및 방산 무역적자 해소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시장공백을 활용하고 제3국 동반진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수출규제 완화 등 미국 측의 통 큰 양보와 협력이 필요하다. 순망치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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