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접점을 찾았지만 지난 두 달간의 극심한 갈등은여당의 무리수에서 비롯됐다. 애초부터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 등 온갖 독소 조항을 들고나온 것부터 그렇다. 국회의 모든 심사단계마다 야당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입법농단’을 자행하고,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는 등 온갖 꼼수를 부린 것도 마찬가지다. 여당 스스로 법안을 5차례나 뜯어고친 것 자체가 졸속임을 자인한 꼴이다.
여당이 이 법안의 8월 처리를 포기한 의도도 허탈하게 한다. 송영길 대표는 “언론중재법을 포함한 모든 결정은 내년 대선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로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민의가 아니라 선거 유불리를 따지겠다는 것이니, ‘국민피해구제법’이라는 주장도 위선임이 드러났다.
‘언론재갈법’에 대해 국내 언론단체뿐 아니라 학계, 시민단체, 법조계 등이 잇달아 반대 성명을 냈고, 이는 좌우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세계신문협회, 국경없는기자회, 외신기자클럽, 미국기자협회 등 국제 언론단체들도 줄줄이 반대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언론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의 뜻을 우리 정부에 전했다. 이 법안을 ‘언론·표현의 자유 훼손법’으로 보기 때문이다. “독재국가는 항상 그렇게 한다”(댄 큐비스케 미국기자협회 공동의장)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이 될 것”(뱅상 페레뉴 세계신문협회 최고경영자) 등의 발언은 국격을 부끄럽게 한다. 여권이 틈만 나면 자랑하던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이 어쩌다 권위주의 독재국가에 비유될 지경이 됐나.
국제사회는 이 법안을 계속 주시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언론 자유는 흥정거리가 될 수 없다. 미국 수정 헌법 1조는 언론 자유를 막는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도록 했다. 나라 안팎의 우려와 비판을 존중한다면 여당은 더 이상 외골수로 달려선 안 된다. 야당도 법안 폐기가 아니라 어설픈 합의로 넘길 생각을 말아야 한다. 여당이 협의체를 법안 강행 명분쌓기로 이용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언론 후진국’으로 낙인 찍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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