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中 전기차의 역습

입력 2021-08-31 17:22   수정 2021-09-01 00:13

일본의 대형 물류회사가 얼마 전 배송차량 7200여 대를 중국산 전기자동차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과도 협의했지만 택배용 특화 모델이 없고 가격도 맞지 않아 중국산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이 하이브리드차에 안주해 전기차 개발을 소홀히 한 사이 중국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산 전기차의 자국 내 판매량은 올 1~7월 147만8000대에 이른다. 전년보다 200% 늘었다. 상반기 실적만 봐도 중국 최대 국유 자동차기업인 상하이차의 전기차 판매가 전년보다 7배 늘어 테슬라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10위 안에 든 중국 업체가 7개나 된다.

가장 잘 팔리는 차는 상하이차가 우링자동차·GM과 합작해 만든 500만원대 소형 전기차 ‘훙광 미니EV’다. 상반기에만 18만 대 팔렸다. 창청자동차의 1200만원대 전기차 ‘오라 블랙캣’은 귀여운 디자인으로 중국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창안자동차의 500만~600만원대 ‘벤벤 E-스타’도 인기다.

‘훙광 미니EV’는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BYD와 창청자동차 판매량 역시 전년보다 180%, 459% 뛰며 3, 5위에 올랐다. 니오는 9위에 진입했다. 이들 4사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10.9%에서 올 상반기 21.4%로 두 배 뛰었다. 중국 전기차 성장을 이끄는 배터리산업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세계 1위 CATL을 필두로 BYD(4위), CALB(7위), AESC(8위), 궈시안(9위) 등 5개 업체가 글로벌 10위에 포진했다. 이들의 올 상반기 점유율은 40%를 넘어 작년 상반기 1등이던 한국 배터리 3사(37%)를 제쳤다.

현대차는 중국 전기차 공세에 밀려 글로벌 순위에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낮은 6위로 떨어졌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4.5%에서 올해 2.9%로 낮아졌다. 한국과 일본이 주춤거리는 동안 중국 업체들은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상하이차가 연 250만 대, 리오토가 160만 대 판매 목표를 정했다.

이에 맞서 한국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미국 유럽 등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신시장 개척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갈수록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27만 대에서 올해는 600만 대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기술경쟁도 그만큼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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