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매력적인 매체다. 활자보다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우리는 설명서 없이도 영상의 동작과 과정을 따라 하며 요리를 배우고, 화장법을 익힌다. 해외 절경을 눈으로 보는 듯 체험하고, 먹방, 게임방송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정보 습득의 시공간적 제약이 없어진 데다 새로운 채널과 콘텐츠가 쉴 새 없이 쏟아지다 보니 영상의 바다에 빠져 시간의 흐름을 놓치기 일쑤다.
이처럼 영상 플랫폼이 주류가 되고 있지만 사고의 깊이와 지구력 저하 등 우려도 적지 않다. 독자는 독서 중에도 종종 책읽기를 멈추고 사색을 통해 내용을 정리하고 보완한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새롭게 얻은 정보를 나의 것으로 만든다. 반면 시청자는 제작자가 의도한 영상의 흐름과 속도를 따라가는 데 그치기 쉽다.
유튜브가 효과적인 분야도 많지만, 깊이 있는 사유와 비판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주제와는 합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유튜브에는 짧은 영상이 많다. 그래야 호응도 좋다. 잠시 지켜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버리니 당연한 귀결이다. 짧은 영상에 익숙해지면 생각의 길이도 짧아진다. 영상의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는 시청자에게 각인돼 상상력의 범위를 제한하기도 한다. 독서가 읽기와 상상의 과정에서 독자 수만큼의 다양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물론 정보가 ‘읽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변하는 상황이 그릇된 것이라거나, 책을 읽는 것과 영상을 보는 것 중 어느 하나가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다. 두 매체는 상호보완적이다. 난해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쉽게 전달하는 것은 유튜브이고, 유튜브를 이해하는 힘은 독서에서 나온다. 유튜브의 시대에도 독서의 가치는 여전하다.
2019 독서실태조사 결과 성인의 47.9%는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책을 벗삼아 성장해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무척 안타깝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강연에서 “유튜브 다음에는 종이책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 섞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사람들이 모니터의 이미지가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고 감촉이 있는 매체를 그리워한다는 이유에서다. 서늘한 가을 기운이 감도는 요즘이다. 잠시 재생 버튼을 멈추고 책의 따스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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