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원액부터 포장까지 일괄생산…5년 뒤 154억弗 mRNA 시장 공략

입력 2021-08-31 17:30   수정 2021-09-01 01:12


“백신과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에 신규 진출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

삼성은 최근 24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담은 ‘코로나19 이후 미래 준비’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2023년까지 글로벌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천 송도에 1만279㎡ 규모 부지를 확보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원액(DS)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것은 이런 계획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이 회사가 지난 5월 미국 바이오벤처 모더나로부터 수주한 코로나19 백신 CMO는 ‘완제 공정(DP)’이었다. 생산된 백신 원액을 주사용 유리용기(바이알)에 넣고 유통 가능한 형태로 포장하는 공정이다. 최근 시제품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것 같지만 무균충전 등 높은 기술력과 공정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개발 난도나 수익성 모두 원액 생산보다 떨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완제 생산 시스템을 갖추자마자 원액 생산체제 구축에 나선 이유다. 신규 부지에서 진행될 플라스미드 DNA 생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백신 원액 생산에 첫발을 내디딘다는 의미를 갖는다. 원형으로 된 플라스미드 DNA는 미생물 세포 안에서 독자적으로 증식한다.

코로나19 백신은 이 바이러스가 가진 특유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주입해 복제하는 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기에서 생산한 플라스미드 DNA를 활용해 mRNA 백신을 내년부터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 기존 1~3공장을 mRNA 백신 원액을 생산할 수 있게 리모델링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원액 생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건 단순히 코로나19 백신 때문만은 아니다. mRNA 기술을 활용한 항암제와 암 백신 개발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관련 시장이 무한 확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mRNA 백신을 암에 적용하면 개별 환자의 DNA 정보를 이용해 환자 맞춤형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독일 바이오엔텍은 지난 6월 mRNA 암 백신 후보물질(BNT111)과 사노피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 병용으로 흑색종 암 환자에 대한 임상 2상에 들어갔다. 모더나 역시 병용 요법으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도 하고 있다.

바이오업계는 mRNA 백신·치료제 시장이 올해 94억달러에서 2026년 154억달러까지 연평균 10.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덕분에 mRNA 기술의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만큼 앞으로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원액·완제 일괄생산 체제를 갖추면 엄청난 미래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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