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방송을 앞두고 MBC '100분 토론' 출연을 취소한 것을 두고 MBC 노조가 "방송사 제작진을 상대로 한 '갑질'"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국언론노조MBC본부는 31일 성명을 통해 "이 대표는 전날 오후 9시 50분쯤 '100분 토론'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제작진에 최종 통보했다"며 "생방송을 단 40여 분 앞둔 시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심지어 자신이 방송 펑크를 내면서 생기게 될 방송 시간 공백에 대해 '동물의 왕국'이나 틀면 된다고 답했다"며 "거대 공당의 대표가 수백만 시청자와의 약속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그 저열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준석 대표가 '100분 토론' 섭외에 응한 건 지난 8월 28일 토요일 저녁이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이준석 대표가 직접 나서 찬반 토론을 한다는 취지였다. 이 대표 역시 8월 2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요일에 언론중재법 관련해 백분토론에 나간다"면서 직접 방송 출연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100분 토론' 당일 이준석 대표는 "민주당이 무리하게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경우 토론은 무산될 것"이라는 말을 꺼냈다. 이후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10시께 4차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협상 결렬과 본회의 무산을 알렸고, 이후 이준석 대표의 출연 번복 소식이 전해진 것.
이에 MBC 측은 '100분 토론'을 결방하고 '선을 넘는 녀석들' 스페셜 방송을 긴급 편성했다.
노조는 "이 대표는 전날(30일)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현안보고에서 갑자기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TV 토론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며 "시청자와의 약속인 생방송 TV 토론을 여당 압박을 위한 협상 카드로 이용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이 대표는 자신의 저열한 '정치질'에 생방송 TV토론과 국민과의 약속을 악용했다"며 "이준석 대표의 머릿속에는 정치 공학적 사고 외에는 국민도, 신의도, 최소한의 예의조차도 들어있지 않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날 선 비판을 비어갔다.
이 대표는 억울함을 직접 전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어제 오후 이른 시점부터 민주당이 강행 처리 시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며 "40분 전 불참 통보를 한 것이 아닐뿐더러 주기적으로 연락한 100분 토론 제작진에게 '오늘 국회 상황상 참석이 어렵다'는 답변을 계속했지만 마지막까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토론 준비를 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무리한 입법을 강행한 여당과 청와대를 규탄한다"며 "또한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시청자 및 방송사와의 약속을 오롯이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양측을 탓하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양당 대표의 언론중재법 관련 '100분 토론'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일방적인 불참 통보에 의해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양당 대표의 TV토론 출연은 단순히 여야 간 약속이 아니라 방송사 간 약속이고, 국민과 시청자에 대한 약속"이라며 "법안 상정 여부와 연계해서 국민과 한 약속을 파기하고 불참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00분토론' 여야 대표 출연 불발은 이 대표의 일방적 불참통보가 아니라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강행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여야 대표의 출연은 공개토론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자는 취지였으나, '언론재갈법'에 대한 민주당의 입법 강행과 독주로 인해 무산됐다"며 "'100분토론' 관계자와는 국회 상황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추후 적절한 시점에 여야 협의를 통해 대표 간 TV토론은 언제든 응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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