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전문가 못지 않게 인터뷰 고수로 유명합니다. 전 세계 굵직굵직한 '큰 손'과 투자전문가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팟캐스트 채널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와 '아시안 인베스터스'에 게재해오고 있습니다.
'에메랄드 클럽'은 일본 내 여성 최고경영책임자(CEO) 네트워크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설립된 에메랄드 클럽은 1700여 명의 회원이 교류하고 있으며, 일본 내 4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 이 클럽은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둔 세계여성무역상공연맹(IWFCI)의 회원사 중 하나기도 하다.
에메랄드 클럽은 스가하라 토모미 회장이 이끌고 있다. 스가하라 회장은 오피스 임대 플랫폼 나추러쿠(NATULUCK)와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아사쿠사유카리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의 뷰티·헬스케어 제품을 수입해 일본에 유통하는 역할도 한다. 스가하라 회장은 성공한 여성 CEO로서 일본의 여성 경영자들을 돕고 있다. 비교적 '유리 천장'이 단단한 편인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많은 여성 기업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음은 스가하라 회장과의 일문일답.
반갑다. 에메랄드 클럽을 소개해달라.
"에메랄드 클럽은 일본 최대 규모의 여성 경영자 네트워크다. 올해로 출범 12년째를 맞았다. 1700명의 여성 경영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회원의 90%가 창업 경험이 있는 경영자다. 내가 사업을 시작하고 2년차쯤, 아주 힘든 시기가 있었다. 여성으로서, 또 창업자로서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했지만 관련 네트워크를 찾을 수 없었다. 분명히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여성 기업가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임, '만남'과 '배움'이 있는 모임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에메랄드 클럽을 시작했다."
에메랄드 클럽의 목적은 무엇인가.
"일본 기업의 경영자 중 여성 비율은 10% 수준으로 매우 적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봐도 여성이 갖고 있는 소비력은 매우 큰 수준이다. 여성이 경영자로서 성공해야 사회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 믿는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성 경영자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각종 세미나, 교류 사업, 공모전 등을 주최하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 여성 경영자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먼저, '롤모델'로 삼을 여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일본 내에 남아 있는 전통 때문인데, 여성은 가정을 돌보고 남성은 일을 한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만연해 있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그런 인식이 특히 강하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경력을 이어갈 수 없는 환경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도 필요하지만, 남성의 '가정 진출'을 의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어떤 단체와 교류하고 있나.
"우리는 해외 6개국의 여성 경영자 단체와 제휴하고 있다. 103개국이 가입한 세계여성경제인협회(FCEM)나 14개국이 가입한 IWFCI와도 교류 중이다. 에메랄드 클럽 회원의 절반 이상이 해외 진출을 원한다. 해외 여성 경영자 단체와의 제휴를 통해 일본 여성 기업가가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영화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라던데.
"여성이 활약하는 영화를 만들어 국내외에 보급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여성이 존경할 만한 여성 CEO를 만나 자극을 받은 뒤 향수 판매 사업에 성공하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사용하는 향수를 제조·판매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향기'와 '기억'을 연결하려 한다. 대중들이 실제 향수를 사용하면서 영화를 봤을 때의 감동, 용기를 떠올리게 하는 게 목표다. 이 사업을 위해 1억엔(1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에메랄드 클럽의 비전은 무엇인가.
"2023년에 세계 14개국 여성 경영자를 일본에 불러 국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여성의 힘으로 사회가 하나가 되고, 세계 평화를 이룩할 수 있길 바란다."
<i>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 & 팟캐스트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CEO Roundtable-Bridging Asia)', '아시안 인베스터스(Asian Investors)' 운영자.</i>
정리=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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