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인증센터 신설…'넷제로' 가속

입력 2021-09-01 15:29   수정 2021-09-01 15:30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넷제로(Net Zero)’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22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 폭이 커져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넷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 상태로, ‘탄소중립’과 같은 의미다. SK그룹은 탄소중립을 핵심 경영철학으로 강조하면서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배터리 분할, 폐플라스틱 재활용
SK그룹은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2050년이 도래하기 전까지 이산화탄소 등 7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조기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변화는 SK그룹의 에너지 지주회사 SK이노베이션이 주도하고 있다.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등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은 국내 1위 정유·화학업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향후 5년간 30조원을 투자해 정유·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사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하고, 생산 역량을 현재 40GWh 수준에서 2025년 200GWh 수준으로 다섯 배가량 높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통한 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이온번지분리막(LiBS) 사업도 확대한다. 현재 14억㎡인 LiBS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로 늘리고, 전기차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2025년에는 현재의 세 배인 40억㎡로 확대해 분리막 시장 세계 1위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최근 SK종합화학에서 사명을 바꾼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분해성수지 생산 등 친환경 사업에 진출했다. 2025년까지 연 90만t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규모를 확대해 주력 사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탄소감축인증 독자개발
SK그룹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교한 내부 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관계사들의 탄소중립 로드맵 실행을 지원하기 위해 7월 SK탄소감축인증센터(SK인증센터)를 설립했다. SK인증센터는 그룹 최고 경영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 설립됐다.

SK인증센터는 SK가 독자 개발한 SK탄소감축인증표준 등을 활용해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등 친환경 경영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공유 인프라 기능을 한다. 이 표준은 SK관계사의 제품, 서비스를 통해 탄소를 절감하는 방법과 감축 성과를 평가 및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인증센터 설립은 SK그룹의 탄소 감축 노력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시도다. 탄소 감축 성과를 계량화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SK그룹의 녹색경영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SK인증센터는 SK그룹 관계사가 제시한 탄소 감축 방법론과 감축량을 △전체 배출원을 확인했는지 여부 △탄소 감축을 위한 추가 노력 여부 △감축 효과의 지속성 여부 등을 기준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인증센터를 통해 더 많은 탄소배출원을 찾아내거나 크레디트(credit) 시장 등 환경사업 역량을 고도화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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