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신사업 위해…내년 기업공개 '세 번째 도전'

입력 2021-09-01 15:28   수정 2021-09-01 15:29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오일뱅크가 세 번째 주식시장 상장 시도를 공식화했다. 동시에 다양한 신사업을 내놓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현대오일뱅크가 늦어도 내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신규 자금을 수혈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해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탄소배출 저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정유사들은 미래 산업 투자 타이밍을 놓치면 지금은 없는 공룡처럼 될 수 있다”며 “그룹 자산 매각 등 대안이 충분해 상장을 추진하다 철회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재무적·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했다.

안정적인 정유 사업을 내세워 한때 구직자들에게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현대오일뱅크는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플라스틱·합성고무 등 소재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 부문을 확대하면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8000억원가량의 자금을 소요했다. 작년엔 SK네트웍스로부터 주유소 사업권을 인수하는 등 기존 정유사업도 확장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져 유가가 폭락하면서 지난해 359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순차입금은 7조원대 중반으로, 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95%까지 높아졌다.

현대오일뱅크도 상장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정유업 이미지를 벗으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뉴욕핫도그앤커피와 합작해 주유소에 특화된 프랜차이즈 ‘블루픽(Blue Pick)’을 선보였다. 7월엔 전국 352개 직영 주유소에서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플랫폼 ‘블루마켓’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달 들어선 편의점 CU와 협업해 수제 맥주 ‘고급 IPA’를 출시했다.

주력 사업 혁신도 빠르게 추진 중이다. 현재 85%에 이르는 정유업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5%로 낮추는 게 목표다.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기 반등으로 정유 부문이 살아나고 있어 상장에 성공한다면 대규모 투자로 범현대그룹 수소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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