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매출이 전 분기보다 약 6% 성장했다. 2019년 3분기부터 반도체 쇼티지(수급부족)에 5세대 이동통신 확산 등의 흐름을 타고 8분기 연속으로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1일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파운드리 시장 매출의 97%를 차지하는 상위 10대 기업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6.2% 증가한 244억700만 달러(약 28조2511억원)를 기록했다.
트렌드포스는 "포스트 코로나19 상황 속 반도체 수요 증가와 5세대 이동통신 확산, 만성적인 파운드리 수급난 등 영향으로 고객사들의 '패닉바잉'이 2분기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TSMC 2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전 분기보다 3.1% 증가한 133억 달러(약 15조4014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TSMC 모두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공장 화재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TSMC 또한 상반기에 대규모 정전 사고를 겪었다. 하위 업체들은 이 덕분에 반사이익을 입어 점유율을 키웠다. 3위인 대만 UMC는 7.1%에서 7.2%로, 4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 5.5%→6.1%, 5위 중국 SMIC 4.7%→5.3% 등이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이 기회를 잡으려는 파운드리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두고 업체간 견제가 치열하다. 특히 TSMC가 있는 대만 외신과 시장조사업체들이 삼성전자 미세공정에 관련한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디지타임즈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2023년까지 3나노미터 GAA 공정을 양산할 가능성이 작다”라며 “3나노미터 제품에서 GAA 기술력을 확인하려면 2023년 이후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디지타임즈리서치는 대만 언론사 디지타임즈 산하 시장조사업체다. 디지타임즈는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종종 드러내 왔다. GAA는 파운드리업계가 준비 중인 3나노미터 공정의 핵심으로 꼽힌다. 반도체 내부에서 ‘전류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렌지스터 구조를 3차원(핀펫)에서 4차원(GAA)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정 사장은 핀펫 기술이 처음 적용된 14나노미터 제품을 TSMC보다 먼저 개발했다는 사례를 들며 “삼성은 2017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세 살배기지만 메모리반도체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술로 TSMC를 추월하겠다”고 말했다.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파운드리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인텔은 약 22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새로운 공장 두 곳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파운드리 업체들이 고객사 확보를 위해 미세공정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애플과 퀄컴 등 고객사 입장에선 가격 협상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파운드리 경쟁 격화를 반기고 있다"며 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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