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에 대비해 근로자와 사업주가 내는 고용보험료의 요율이 내년 7월부터 0.2%포인트 인상돼 1.8%가 적용된다. 고용보험료만으로 치면 12.5%가 오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인상이며 3년도 채 안 돼 추가로 오르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실업 증가라는 원인도 있지만 그 전부터 고용보험을 확대해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하자 근로자와 사업주로부터 돈을 더 걷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노동부는 1일 고용보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1.6%인 고용보험료율은 내년 7월 1일부터 1.8%로 오른다. 내년 7월부터 근로자와 사업주는 월급여의 0.9%씩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문 정부 들어서도 1.3%가 유지되던 고용보험료율은 2019년 10월 1.6%로 높아졌다. 이번에 0.2%포인트가 추가 인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문 정부 들어서만 0.5%포인트 오르는 셈이다. 월급여가 500만원인 근로자의 경우 2019년 9월 고용보험료는 월 6만5000원(사업주 몫 합산)이었지만 내년 7월엔 월 9만원으로 오른다. 연간으로 치면 78만원에서 108만원으로 30만원 늘어난다. 인상률은 38.5%에 이른다.
정부가 고용보험료율 인상을 결정한 것은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2017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10조원을 웃돌았는데 올해 말께에는 4조7000억원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그마저 정부 지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3조2000억원 정도 마이너스 상태다. 현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적자폭이 확대된 결과다. 고용보험기금은 2017년까지 흑자였다가 2018년 이후엔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일하는 대다수 사업주와 근로자가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지출을 대폭 확대했다. 2019년 10월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최소 90일에서 120일로 늘렸고, 지급액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실업급여 월 하한액(주 40시간 풀타임 근로자 기준)은 약 180만원으로 최저임금 월 179만원보다 높았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실업급여 혜택이 더 커진 것이다. 여기에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출도 크게 증가했다. 고용보험기금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악화일로를 걸었다. 실업이 증가하면서 실업급여가 늘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지난해 2조2879억원으로 2019년의 세 배를 훌쩍 넘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직접일자리에 참여한 뒤 받아간 실업급여도 적지 않다.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되자 정부는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투입해 급한 불을 껐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이 이제까지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은 7조9000억원으로 내년 이자만 1219억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새로 투입할 공공자금관리기금이 1조3000억원에 달한다. 2023년엔 고용보험기금이 내야 하는 이자만 1388억원에 이른다. 박 의원은 “‘고용절벽’에 내몰린 미래세대가 짊어질 빚이 또 늘어났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고용보험료 인상 외 다른 재정건전화 방안도 함께 내놨다. 먼저 한시사업 종료 등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에 2조5384억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노사합의고용유지지원금을 종료하거나 통폐합한다. 코로나19로 일시 증가한 고용유지지원금,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사업의 규모도 조정에 나선다. 고용을 유지한 기업에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지원 대상 근로자 수를 올해 78만1000명에서 내년 16만4000명으로 줄인다.
구직급여 제도도 개선해 연간 855억원을 절감하겠다는 방침이다. 5년간 3회 이상 반복 수급자의 구직급여를 조정하고 대기기간을 연장하거나, 단기 이직자가 많은 사업장에 사업주 보험료 0.2%포인트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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